지난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한인세계선교사대회에 참석하였다.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각국에서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 7백여 명이 참석하였다. 김정석 감독회장(감리교)의 개회예배 설교를 비롯하여, 이재훈 목사(온누리 교회), 최종진 목사(분당중앙교회), 황덕영 목사(새중앙교회), 최병락 목사(강남중침례교회) 등 많은 목회자들과 선교사들, 그리고 학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140년전 감리교의 아펜젤러 목사와 장로교의 언더우드 목사에 의해 시작된 한국 교회가 이제는 전 세계에 수 많은 선교사들을 파송하여 복음전파와 교육사업, 의료 봉사 등에 헌신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2천년 대 이후 한국 교회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둔화되고 이로 인한 선교 현장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한국감리교회의 교단 신학대학인 헨리아펜젤러대학교는 감리교 자립선교회와 협력하여 글로벌 네트워킹과 창업지도 및 훈련을 함으로써 선교사들의 선교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교대회가 끝나는 날 서울로 돌아오던 도중에 용인에 들러 자수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손인숙 실그림 작가를 방문하였다. 손인숙 작가는 교육자요 전통자수 보급에 힘쓴 어머니를 통해 자수의 정직과 참마음의 태도를 배우고 이화여대에서 현대자수를 배운 후 지금까지 전통과 현대자수를 아우르는 자수미학을 펼치고 있다.
2016-17년에는 한불수교 130주년 “상호 교류의 해” 일환으로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과 니스 국립동양박물관에서 작품 전시를 함으로써 유럽에 한국 자수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일반 자수는 100여 개 정도의 색 실이 사용되는 반면에, 약 1,500 여 개의 색 실을 사용한 손인숙 작가의 작품은 “기존에 없던” 것들로 그 정교함과 우아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손인숙 작가는 전통 소재와 재료를 사용하여 오랜 역사를 품고, 새로운 표현방법을 사용하여 현대를 품은 자신만의 미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왔다.
보자기와 흉배, 감상용 액자, 병풍, 단층장과 이층장 등, 모든 작품을 정교한 자수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감탄하였다. 손인숙 작가는 자신의 자수 작품을 ‘실그림’이라고 부르며, 많은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임을 강조하였다. 나무를 가구의 형태로 짜 맞추는 ‘백골’, 그 위에 무늬를 새기는 ‘조각’, 조각된 나무에 아름다운 빛깔과 내구성을 더하는 ‘옻칠’, ‘호두기름칠’, 튼튼함과 고급스러운 만듦새를 만드는 ‘장석’, 작품에 화려함을 더하는 ‘매듭’, 자수를 뒷받침하는 ‘배접’과 보자기, 주머니, 복식, 등을 바느질하는 ‘침선’, 그리고 작품의 핵심인 ‘자수’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통 공예 기술이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시청 맞은 편에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양미술관(Asian Art Museum)이 있다. 건립 당시 거액을 후원한 이종문 회장을 기념하는 박물관이기도 한 동양박물관에 한국관이 있다. 여러 번 방문하여 본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전시된 한국 유물의 빈약함에 늘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의 뛰어난 문화를 자랑 할만한 전통 유물과 예술 작품을 유치하여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예를 들면, 이미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한국의 국립미술관 전시를 통하여 유럽인들의 주목을 받은 손인숙 작가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작품을 동양박물관에도 전시하여 소개한다면, 교민들에게도 문화강국으로서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미국 시민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뿌리가 대한민국임을 잊지 않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선교사들을 가장 많이 파송하는 선교 강국이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강국이라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