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난 군중 앞의 미소

2019-09-13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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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칼럼

“미국이 이라크와 두 번째 전쟁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한 무리의 미군 병사들이 마을의 사제를 만나기 위해 그 지역 사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성난 군중들이 모여들어 병사들을 에워 싼 다음 큰 함성을 지르며 미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때 지휘관인 크리스토퍼 휴스 중령이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확성기를 집어 들고 병사들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총구를 바닥으로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최종 명령을 내렸다. ‘미소를 지으라고!’ 그러자 성난 군중들의 마음이 서서히 누그러졌다. 여전히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똑같은 미소로 화답하고 있었다.”

-다니엘 골만의 “사회지능” 중에서
* 감성지능(EQ) 이론가로 유명한 다니엘 골먼 교수가 최근 ‘사회지능(Social Quotient/SQ)’이란 책을 썼다. 이 책에서, 크리스토퍼 휴스 중령처럼 따뜻한 미소로 긴장을 화평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사회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골먼은 말한다.

인간의 신체 중 내면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얼굴이다.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상대방도 미소 지은 사람을 따라 함께 미소를 짓고 더불어 행복한 관계를 이룬다.


하지만 미소만 짓는다고 공감현상이 바로 형성되지 않는다. 마음의 창문인 눈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대방을 응시하며 밝은 미소를 지을 때 높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시선은 허공에 두고 미소만 지었다면 상대방을 무시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영장류 중 사람의 눈에만 흰자위가 있다. 만일 눈 안에 동공만 있고 흰자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세밀히 읽을 수 없다. 흰자위와 동공을 함께 사용하여 밝은 미소를 지어보라. 놀라운 메시지가 그 눈에서 전파 될 것이다. 링컨은 말했다. “사람이 사십이 넘으면 그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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