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2019-09-10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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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앨라배마 주는 최근까지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딥 사우스(Deep South)주 중의 하나이다. 연중 날씨가 따뜻해 목화재배가 잘 되던 남쪽의 조지아, 앨라배마, 사우스 캐롤라이나,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 등을 Deep South라 일컫는다.

이 지역주민들이 노예제도 폐지를 절대적으로 반대했다. 남북전쟁이 발발한 주 요인은 노예제도를 폐지하면 자신들의 농장운영 노동조달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난 8월 중순, 연합감리교 여 선교회 (United Methodist Women) 인종정의 헌장지원팀 모임이 앨라배마 주 수도 몽고메리에서 열려, 나흘동안 참석하였다. 인종정의 모임의 준비과정으로,? 1955년 몽고메리 시내버스 보이콧으로 잘 알려진로자 파크스( Rosa Parks) 박물관을 찾았다.

재봉사 로자 파크스는 퇴근버스 뒤쪽 흑인 지정좌석에 앉았고, 다음 몇 정거장을 지나며 백인탑승객이 늘어나자 운전기사는 그녀를 비롯한 세 흑인여성들에게 좌석을 백인들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당시 버스 앞쪽은 백인, 뒤쪽은 흑인좌석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인좌석이 만석이 되면 탑승객 나이에 상관없이 흑인들은 무조건 좌석을 양보해야했다. 운전기사의 거듭되는 요구를 거부한 로자 파크스는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이를 계기로 흑인들이 시내버스 보이콧을 결정하고 출퇴근을 걸어서 혹은, 인식있는 백인들의 차를 합승하며 일년 가까이 지속하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버스회사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흑인들은 연방정부에 소송하여 좌석분리가 위헌이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바로 이 버스 정거장 앞을 거쳐 ‘Kress’라는 옛 백화점 자리를 가보니, 한 쪽 입구는 백인, 반대쪽 입구는 흑인출입으로 지정되어 있었고,입구 벽에 전시된 식수대용 대리석에는 “백인용 (White)”, “유색인용 (Colored)”이라 따로 새겨져 있었다. 수모의 물을 마셔야 했던 이들의 얼이 대리석 조각에 각인된 듯해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주위는 새 현대식 건물들이 깔끔하게 들어섰지만, 비싼 임대료로 텅비고 통행하는 차들과 행인도 없이 을씨년스러워 찜통더위에 흐르던 땀 마저도 멎는 한기가 느껴졌다.
“머나먼 저 곳 스와니 강물…”의 조지아주,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 곳…”의 앨라배마 주,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을 통해 어렴풋이 머나먼 지상낙원의 인상을 깊이 새겨 주었던 옛 추억이, 추하고 잔인한 인종차별 역사로 얼룩진 실제장소에 와서 풍비박산이 되었다.

나의 이런 안타까움 쯤은 고통과 분노로 범벅된 400년의 역사, 지금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제도적 차별로 비인간적인 박해를 감당하고 살아가는 흑인들의 아픔에 어찌 감히 비할 수 있을까. “유색인종”으로 알게 모르게 당하는 차별을 한인 이민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생각해 본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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