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클랜드 고스트십 화재

2019-09-07 (토) 12:00:00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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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명 숨졌는데…책임자 '무죄평결'

▶ 배심원 의견 불일치로 다른 1명은 평결 못받아

오클랜드 고스트십 화재

무죄평결을 받고 풀려난 맥스 해리스 음악파티 주최자(왼쪽)와 배심원 의결 불일치로 평결을 받지 못한 데릭 알메나 건물매니저.

지난 2016년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랜드 창고 화재 참사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맥스 해리스(29, 음악파티 주최자)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알라메다 카운티법원은 수개월간 배심재판을 진행해온 배심원단이 ‘고스트 십’(Ghost ship) 창고 화재와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맥스 해리스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해리스는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더블린 소재 산타리타 구치소에서 출소했다.

또 다른 피고 데릭 알메나(49, 건물 매니저)에 대해서는 배심원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불일치 배심’(hung jury)으로 평결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6년 12월 화재 참사가 발생한 ‘고스트 십’ 창고 건물은 예술가들의 불법 주거공간으로 운영돼왔다. 검찰은 앞서 9687스퀘어피트(900㎡)에 이르는 2층짜리 창고 건물에 스프링클러나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들이 화재에 취약한 환경을 만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화재 참사가 벌어지기 전 창고를 방문한 경찰과 소방, 아동복지 당국 중 누구도 건물의 안전성을 이유로 이곳에 살고 있던 임차인들에게 퇴거를 명령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20살이던 딸 미첼라를 참사로 잃은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재판 결과가 충격적”이라며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낙망했다. 미첼라는 당시 22살이던 남자친구 알렉스 베가와 창고에서 열린 음악파티를 즐기다가 화재로 사망했다.

알렉스의 형 알베르토 베가(36) 역시 이날 평결에 “만족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알렉스의 어머니 메리 베가도 재판이 열린 5개월간 매일 법정에 출석했다며 “맥스, 알메나, 건물 주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내 아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고작 이게 결론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클랜드 고스트십 화재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랜드 고스트십 화재 참사사건의 배심재판 평결 결과가 5일 나오자 화재로 희생된 알렉스 베가의 유가족이 눈물 흘리고 있다.

알메나와 관련된 추가 히어링은 10월 4일 오전 9시로 정해졌으며, 이날 재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라고 SF크로니클이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희생자 유가족은 피고와 시 당국, 창고 주인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가족은 당국이 화재에 취약한 ‘고스트 십’ 건물에 제대로 된 허가 없이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이 마땅히 누려야 할 정의를 위해 내년 5월에 열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고스트 십’ 화재 사고는 당일 열린 전자음악 파티에 수많은 인파가 모이면서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특히 창고 건물 1층에 불법으로 리모델링한 수십 개의 작업실과 주거 공간이 미로처럼 얽혀있어 피해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에는 한인 조아라(29)씨도 포함돼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로드 아일랜드 나이트클럽에서 100명의 희생자를 낳은 화재 사고 이후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됐다.

오클랜드 고스트십 화재

지난 5일 촬영된 오클랜드 고스트십 창고화재 참사 현장에 목숨을 잃은 36명의 젊은 예술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희생자 중에는 한인 조아라씨도 포함됐다.



<김지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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