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유혹

2019-09-09 (월)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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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신부 때 미사 후 성당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일주일 내내 신자들이 신부를 만나 볼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꼭 주일에는 성당 밖으로 나가서 인사하고 이야기 하고 꼬마들도 축복해주고 한다. 그런데 미사를 끝나고 우루루 몰려 나오는 신자들이 앞에 서 있는 나는 거들떠도 안 보고 사람 좋고 잘 어울리는 본당신부에게만 가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앞에는 한산한데 본당신부 앞에만 인사하는 줄이 늘어선다. 그러면 마음속으로 미움과 질투가 싹튼다. Damn it!

그러나 기다리다 보면 나의 때도 올 때가 있다. 사람은 좋지만 성질 급하고 단순한 본당신부가 신자들하고 부닥칠 때가 자주 있다. 그러면 그 때 마음에 상처 받고 화가 난 신자들이 나를 찾는다. 신자들이 나에게 오면 뭐 나야 뭐 무조건 다 좋다고 하지 뭐 내가 책임질 일이 있나 반대할 일이 있나 무조건 신자들 잘했다고 달래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곧 나의 편이 되고 나의 사람들이 된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도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본당 신부 하시는 말씀이 그래야지 신자들이 마음을 푼다. 그래서 성당에 신부가 여러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신부에게 가서 위로 받을 수 있어야지 하신다. 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그 분 참 마음이 넓다. 참 선하다. 그 분에게서 착한 목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구나 했다. ( II코린토 2:15)


카찬카스키가 쓴 '마지막 유혹 (Last Temptation of Jesus Christ)' 에 의하면 예수님이 견뎌야 할 유혹이 사십일의 광야에서 그리고 피땀 흘리며 기도했던 겟세마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십자가에 매달려 마지막 숨을 내 쉬는 바로 그 순간 사탄이 찾아 와 십자가에서 내려 온다면 가능한 삶의 모습들을 순식간에 보여준다. 정말 무서운 최후의 유혹이 다가 온 것이다. 그 마지막 유혹은 바로 나의 이고 (Ego) 와 프라이드 (Pride) 에 관한 것이다.

제자들이 요한에게 와서 당신이 세례를 주었던 그 사람 예수에게 이제 모든 사람이 다 가고 있어요. (요한 복음 3:26) 당신은 이제 한물 갔어요. 요한은 그 말을 듣고 무엇을 느꼈을까? 사울도 다윗을 처음에는 친아들처럼 좋아하는데 나중에 미움과 질투가 생기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들어 오는데 군중들이 사울은 천을 잡았는데 다윗은 만 명을 잡았네 (사무엘 상 18:7) 하고 노래 불러 대니 사울이 확 돌지 않겠는가?

나도 본당에서 최고 윗자리에 올라와 보니 자꾸만 그리고 아무리 안하려고 해도 하느님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지막 유혹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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