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망과 스타일

2019-09-07 (토)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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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서울사람을 흉보는 말 중에 서울사람은 겉에는 비단옷을 입고 속에는 넝마를 입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단옷을 입고싶어하는 마음은 인간의 공통된 욕망이고 넝마밖에 입을 수 없는 처지인데 억지로 비단옷을 입는 것은 그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나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식에 있어서는 각각 다르다. 아들러 (Adler)라는 심리학자는 개개인의 각기 다른 욕망충족의 방식을 그 개인의 인생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인간을 생물적인 존재로 보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욕망의 구조는 동물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이나 유아와같이 밥을 배불리 먹고 환경이 안전하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말 타면 경마잡히고 싶다듯이 놋수저와 놋그릇으로 밥을 먹던 사람이 갑자기 마호가니 식탁에서 은수저로 밥을 먹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이루어지지 않은 욕망은 우리의 신경에 병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의 욕망의 구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있다.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일어나는 욕망이라 하여 이런 욕망을 흔히 사회적 욕망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분석에 의하면 사회적 욕망의 기본 구조는 남에게 높은 평판을 받으며 존경의 대상이 되기 원하는 심리와 동시에 무시와 경멸을 두려워하여 그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는 역심리로 돼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이같은 욕망 구조는 사회적 등급의식과 직결돼있어서 존경을 받는 부류는 사회의 상류급이요 멸시의 대상자는 사회의 하류급이라는 의식을 가지게 한다.

사회 등급의식에 관한 한 학자의 의견에 의하면 하류층의 사람일수록 사람을 높은 등급으로 올리는 것은 돈이라 하고 중류급의 사람들은 그것을 교육과 직종이라 하고 상류급의 부류는 그 사람의 개성 및 취미와 생각과 언행이라고 말했다.

고급을 좋아하는 것은 비단 한국인만은 아닐 것이다. 남하는 대로만 따를 것이 아니라 개성을 키우며 책도 좀 읽어서 생각을 깊이 하고 언행을 인격자답게 하자는 말은 고언뿐만은 아닐 것이다.

회칠한 무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회칠한 무덤의 스타일이 바람직한 스타일이 못되는 것과 같이 속에는 넝마 겉에는 비단옷의 스타일도 결코 바람직한 스타일은 못된다. 바람직하지 못한 스타일은 콤플렉스로 변하고 콤플렉스가 오래 되면 치유할 길이 없는 고질병이 될 것이다.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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