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국어는 어머니로부터”

2019-09-03 (화)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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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습득과 발달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모국어”라는 말이 기본적으로 이런 어머니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이중언어 교육에서는 어머니 혹은 부모들이 어떻게 자녀가 한국어를 배우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첫째, 말하라! 나이 어린 자녀일수록 어머니들의 말을 더 잘 듣고 그대로 배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루 일과나 아이가 느끼는 것, 하는 행동 등을 그대로 기술하면 된다. “아침밥을 먹자. 배고파요? 반찬은 김치인데 매워요. 국은 뜨거워요.” 등이다. 혹 자녀가 이미 영어를 말하기 시작한 나이더라도, 한국말로 반찬 이름과 색깔을 말해준다던지 하면서 한국어 단어를 잊어버리지 않게 자꾸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린 아이들일 수록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글자 한 자 한 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어 주는 것 보다는, 한국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책을 함께 보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앞으로 한국적 문화와 정서, 그리고 서사에 대한 이해의 밑바탕이 된다.


둘째, 들어라! 자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그야말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자녀교육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는 단지 자녀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들어준다는 것만이 아니라, 자녀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 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에 같이 관심을 표현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영어로 이야기 한다고 해서 한국말로 하라고 강요할 이유는 없다. 다만 자녀의 나이에 따라 변하는 관심사를 이해해주고, 이에 맞는 주제로 한국 문화를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부모로서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녀가 팝에 관심이 있는 나이라면 함께 음악을 들으며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 “이 노래가 왜 좋니? 엄마는 아무개 가수의 노래를 좋아했단다. 한 번 같이 들어 볼래?” 곧 아이가 K-Pop을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셋째, 대화하라!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대화 단절의 근본 이유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지 않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자녀들도 부모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어머니는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끝없이 시키고 강요하는 사람이다. 혹은 잔소리하고 비판만하는 사람이다. 더 안 좋게 비쳐지는 부모들은 아예 무관심해 보이는 부모들이다.
하루에 한번, 아니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스마트 기기나 다른 미디어가 없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등하굣길 차속이라도 좋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관계'를 쌓고 유지하고 싶어서이다. 어머니의 말인 한국어,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을 알고 싶다면 자녀들은 언젠가는 한국어를 기억해내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http://lyndhurst.org/events/fall-crafts/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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