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기밀 폭로 내부 고발자·언론·법정소송 ‘긴박감’

2019-08-3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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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 비밀’(Official Secrets) ★★★½ (5개 만점)

▶ 정부의 음모 누설혐의 재판과정, 스릴 있고 긴장감 있게 연출...나이틀리, 의지의 여인 역 열연

국가기밀 폭로 내부 고발자·언론·법정소송 ‘긴박감’

국가정보 누설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캐서린이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의 중대한 비밀을 폭로한 고발자의 실화를 다룬 군더더기 없는 옛날 영화식의 정치 스릴러이자 법정 드라마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연출도 튼튼하고 속도감 있다. 이런 내용과 스타일의 영화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긴박감과 긴장감 있게 처리된 연출과 함께 도덕과 정의를 위해 개인적 위험을 무릅쓰는 주인공의 과감한 용기에 응원을 보내면서 감동하게 된다.

내부 고발자와 이를 취재하는 언론의 얘기를 다룬 ‘스팟라잇’과 ‘포스트’ 그리고 11월에 개봉될 ‘보고서’와 비교될만한 영화로 2003년의 얘기이지만 부정한 정부의 음모와 이의 폭로를 다룬 내용이 어느 때나 있을 수 있는 것이어서 더 가깝게 느껴진다.

무슬림 이민자 남편 야사르(애담 바크리)를 둔 영국 정부 소속 통신기관의 번역 담당자 캐서린 건(키라 나이틀리)은 자기 컴퓨터에 온 이메일의 내용을 보고 경악한다.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는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찬성절차가 지연되자 이들 국가 대표들의 비리를 캐내 협박을 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내용.


정의감과 도덕성이 강하며 이라크와 9.11테러와는 무관하다고 믿는 캐서린은 처음에 이 정보의 처리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 캐서린이 특히 염려하는 것은 자기가 정보 누출자라는 것이 밝혀질 때 무슬림인 야사르가 정부의 보복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러나 캐서린은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정보를 전직 동료인 반전운동가에게 전달한다. 이어 정보는 옵저버지의 두 기자 마틴 브라이트(맷 스미스)와 피터 보몬트(매튜 굿)의 끈질긴 확인절차를 거쳐 1면 탑기사로 나간다.

이에 발칵 뒤집힌 정부는 고발자 색출작업에 들어가고 동료들이 심문에 시달릴 것을 염려한 캐서린은 자기가 고발자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캐서린은 체포와 기소에 이어 재판에 회부된다. 이와 함께 야사르에 대한 추방절차도 진행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서스펜스 가득하고 흥분되는 법정드라마로 이어지는데 캐서린을 변호하는 사람은 약자 편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벤 에머슨(레이프 화인즈). 재판 결과가 그야말로 역설적이다.

나이틀리가 무게 있는 연기를 하는데 개인적 희생을 무릅쓰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강한 의지의 여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조연진의 연기도 좋은데 특히 화인즈의 냉철하고 명백한 연기가 돋보인다. 개빈 후드 감독. R등급.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와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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