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맞서 나가기’

2019-08-30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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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하는 소들 가운데 ‘해리퍼드’(Hereford)종은 극심한 추위를 견뎌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방목하는 소들은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 힘들 때 바람을 등지고 서서히 이동한다. 그러다가 체온이 내려가 칼날 같은 냉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 동사를 피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해리퍼드종은 차가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간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맞댄 채 북쪽의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해리퍼드 종은 단 한 마리도 추위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차동엽의 “뿌리 깊은 희망” 중에서

*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고난과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지능지수나 감성지수를 기준으로 사람 됨됨을 평가했다. 하지만 이 시대가 험난하여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 AQ)가 높은 사람이 더 인정받는 때가 되었다.

포도농사를 보라. 기름 진 옥토와 풍성한 지하수는 포도나무에게 백해무익이다. 뿌리가 방만하여 땅 속 깊게 뿌리내리지 않고 건실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반면 포도나무를 잡초조차 잘 자라지 않는 척박한 모래 땅 혹은 산비탈에 심어보라. 타오르는 목마름과 결핍의 악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포도나무는 강한 헝그리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한다. 살아남기 위한 일념으로 뿌리는 몸부림치면서 땅속 깊이 뻗어내려 물과 영양분을 맹렬히 흡수한다. 거기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명품포도는 출현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말벌은 꿀벌처럼 정교한 육각형 집은 짓지 못한다. 꿀벌은 희소한 밀랍을 가지고 내공이 깃든 집을 짓고, 말벌은 지천에 널린 진흙으로 느슨하게 집을 짓기 때문이다. 저명한 유대인 신학자 요람 하조니는 말했다. “하나님이 장애물을 만드신 것은 그것에 굴복하라고 만드신 것이 아니다. 그것을 뛰어넘어 도약의 인생을 살라고 장애물을 만들었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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