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 사람들’

2019-08-27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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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자연의 선물’

며칠 전 미국에서 국립공원이 가장 많은 유타주에 다녀왔다. 주말을 끼고 4박5일. 그 닷새 동안 신비롭다, 오묘하다, 아름답다, 장엄하다 등의 표현갖고는 부족한 자연의 걸작을 보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글로 표현하기엔 옹색하지만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유다.

첫 날은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보냈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처럼 첫 인상은 공기가 맑고 도시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100, 200 등 숫자로 되어 있는 도로명 사이사이에 들어선 건물들은 질서정연했다.


오후에 솔트레이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그레이트솔트레이크로 향했다. 이 곳은 미시시피에서 서쪽으로 가장 큰 내륙호수. 염분함량이 꾸준히 상승, 민물고기는 살지 못하고 작은새우만 산다고 한다. 이 곳은 사해처럼 수영하는 사람들이 가라 앉지 않고 떠 다니게 할 정도로 충분히 짠맛이란다.

이어 해지기 전에 거대한 솔트레이크 사막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네바다 접경지역으로 자동차를 몰자 일대장관이 펼쳐진다. 80마일 구간에서 85-90마일로 1시간여 운전하는 동안 앞뒤, 좌우 등 보이는 모든 것이 새하얀 소금이다. 주변이 온통 소금밭인 도로를 지나다 도중에 주유소에 들어갔더니 바닥 여기저기 차바퀴에 묻어온 소금이 흩어져 있다. 소금밭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이었다. 도로를 달리다보니 소금 사막쪽으로 난 바퀴자국이 여럿이었다. 유타주와 네바다 접경지역 거의 근처에 다다르자 자동차들이 하얀 소금사막 위를 달리고, 소금밭에 주차한 자동차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자동차를 몰고 소금사막을 질주하다 주차하여 사진을 촬영했다. 때마침 얼음처럼 하얀 소금 밭에서 석양이 넘어가는 먼 산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함성은 ‘대박’, ‘예술’ 등 이었다.

유타에서의 나머지 일정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자동차로 4시간 정도 걸리는 모압(MOAB)시티의 인근공원을 로드트립으로 둘러보며 보냈다. 유타의 상징인 아치스국립공원을 비롯해 캐년랜드국립공원, 데드호스주립공원 등은 그야말로 영혼이 꿈틀대는 곳이었다. 바람, 물과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경관은 평생 한 번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높은 수직 암벽 덩어리들이 하나 둘도 아니고 수도 없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그 앞으로는 황토흙으로 아무렇게나 발라 놓은 듯한 기형의 암벽들이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다.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극적으로 형성된 단층지대, 고산지대 절경을 감상하며 도로를 달리며 정상을 완만하게 이어지는 푸른초원과 구릉지대 등 각양각색의 자연경관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아름다움은 현실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연상토록 했다.

모압 초입에 위치한 2,000개가 넘는 천연스톤 아치가 있는 아치스 국립공원의 절경속에 서 있는 스톤아치는 실제로 자연이 침식작용으로 빚어낸 예술품이었다. 군중없는 그랜드캐년의 유타버전인 캐년랜드국립공원은 산너머로 새겨진 협곡을 내려다 보는 놀라운 풍경이 있는 섬의 하늘이 주요부분. 이 공원의 6080ft 정상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정자식 피크닉 장소도 잘 꾸며져 있다.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데드 호스 포인트 주립공원에서 바라본 석양은 기대보다 덜 했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의 감상을 상상이상이었다. 은하수 띠를 두른 별 사이의 각종 모양의 별자리. 그 사이를 가로 질러 드물게 뚝 떨어지는 별똥별까지 볼 수 있었다. 이전에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같은 별의 향연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늘만 바라봐야 했다.

이번 여행은 유타의 일부분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병립되어 마치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경이롭고 신비하고, 오묘했기에, 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타주의 어원은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 중의 하나인 유트(Ute) 족의 ‘산 사람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유타에 평생 한 번은 꼭 여행하기를 자신있게 권한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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