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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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죄수

2019-08-27 (화)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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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에 일했던 교도소에서 한 여죄수가 100살을 맞은 며칠 후에 죽어나간 일이 있었다. 그 여죄수는 아주 젊어서 동유럽에서 단신으로 미국에 이민을 왔다가 온 지 얼마 후에 불행하게도 살인죄를 범하고 젊은 나이에 수감된 채 평생을 감옥에서 살다가 끝을 맺었다.

법을 제정하고 범법자에게 형벌을 내리는 일은 인류역사의 기원과 함께 지금까지 계속해 내려온 인간의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범하는 죄와 그 받는 형벌에 대하여 사람들은 특별한 관심을 쏟는 것 같다.

그 당시 필자가 일한 교도소에는 약 1,000명가량의 여죄수가 있었다. 그 숫자는 그 당시 남자죄수의 1할 정도를 차지하는 수였다. 세계각국의 남녀 죄수의 비율도 평균적으로 그외 비슷한 비율이었다.


대부분의 여자죄수의 죄목들을 보면 남자들이 범하는 죄목과 별로 다른 데가 없는 것 같았다. 남자와 같이 그들도 살인 강도 방화 폭행 납치 횡령 절도 등의 죄를 범하고 심지어는 강간과 근친상간과 같은 죄목도 받고 들어왔다. 들어온 여죄수의 절대다수는 가정환경과 자라온 배경이 몹시 불우한 것으로 보아 선천적인 요소보다 환경적인 요소가 더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했다.

대부분의 여죄수는 교육과 경제 수준이 일반인보다 매우 낮은 것 이 눈에 띄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의 인구층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고 이들의 자라온 가정환경이 일률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도 이들의 운명을 가름하는 요인이 된 것같다.
사회에 대한 반발심과 적개심,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불신감, 자기밖에 모르는 극단적 자기중심주의, 욕구충족 본위와 쾌락주의 및 양심과 책임 의식의 결여 등은 범법자들이 욋적으로 드러내는 공통된 행동면이다. 남자들에 비해 공격심의 발효력이 부족한 여자들은 반사회적인 외향심 외에도 수동공격심 (Passive Aggressive) 과 같은 심성을 나타내어 남자와 흥미있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100살을 먹고 죽어나간 위의 여죄수는 오랜 기간을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있었다. 그녀가 아직 기력이 있을 때는 교도소의 모든 화단의 꽃을 가꾸는 일을 맡았었다. 여자교도소에서 일한다고 하여 “꽃밭에서” 일한다는 말을 필자는 자주 들었다.. 여자의 값을 화대라고 하고 여자를 취하는 일을 ‘꽃을 딴다’ (Deflower) 라는 말로 표현한 것을 보면 남자들은 언제부터인지 여자를 꽃이라고 불러온 듯 하다.

죄수라고 화장을 못하게 하지도 않고 또 모범수인 경우에는 죄수복이 아닌 민간복도 입을 수 있었는데 그 교도소엔 화사한 복장과 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꽃도 꽃나름이겠지만 여자를 구태여 꽃이라고 할 수 있다면 사회의 밑바닥을 헤매다가 철조망 울타리속에 갇힌 여자들은 확실히 그늘에서 피어나서 그늘에서 시들고 있는 꽃처럼 보였다.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여죄수들은 그 얼굴과 몸차림이 수심과 우울증의 정도를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만진 지 오래된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과 몸에 맞지않는 복장 그리고 그 찌들고 어두운 얼굴은 그 마음의 아픔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여자들에게 우선 몸차림을 단정히 하고 머리 손질과 얼굴 화장을 할 것을 강조해 보내고 억지로라도 얼굴에 웃음을 짓는 연습을 하라고 일러 보냈었다.

꽃은 시들고 지지만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는 것이 꽃의 성질이다. 지루한 겨울도 지나가고 이제 봄이 돌아오면 화사한 햇빛을 받으며 밝게 웃어보는 그들의 얼굴은 진정 꽃과 같이 아름다워보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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