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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종교들도 아동 성학대 피해 폭로 봇물

2019-08-23 (금)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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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가톨릭 아동성학대 파문 신흥종교로 확대

신흥종교들도 아동 성학대 피해 폭로 봇물

미성년자 성적 학대 예방 대책을 촉구하며 지난해 대규모 시위를 벌인 모르몬교 성도들.[AP]

뉴욕주 ‘ 아동피해자법안’ 발효 기점으로 폭로 잇달아
여호와의 증인, 2만3,720명 가해자 명단 장기은폐 의혹
모르몬교 성학대 노출 방치 교단지침에 반발 움직임
가톨릭·개신교와 달리 평신도 지도자들이 가해주범

가톨릭을 비롯해 남침례교를 포함한 미국의 주요 개신 교단에 이르기까지 최근 줄줄이 이어졌던 성직자들의 대규모 아동 성적 학대 파문이 신흥 종교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이교도로, 개신교에서는 이단으로 구분 짓는 대표적인 신흥 종교인 ‘여호와의 증인(JW)’과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LSD)’에서도 오랜 기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가 만연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단이란 꼬리표를 달아 온 이들 신흥 종교들에게 추가된 아동 성적 학대 장기 은폐 의혹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본다.

■봇물 터진 피해 폭로
신흥 종교 신자들의 어린 시절 성적 학대 피해 폭로는 뉴욕주가 이달 14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공소시효 없이 과거 성범죄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를 가능하게 한 ‘아동피해자법안(CVA)’ 발효를 기점으로 그야말로 봇물이 터졌다. 물론 이전에도 간간히 피해 폭로는 있었지만 수십 년 넘은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이들 신흥 종교의 치부가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특히 뉴욕에 본부를 둔 대표적인 신흥 종교인 ‘여호와의 증인(Jehovah's Witnesses)’은 아동 성적 학대로 문제가 됐던 가해자 명단만 무려 2만3,720명에 달하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수십 년간 비밀스럽게 관리해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모르몬교(몰몬교) 또는 말일 성도교로도 불리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도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적 학대를 당할 위험에 노출되도록 장기간 방치한 교단 지침에 내부적인 반발이 커져왔던 상황. 지난해에는 급기야 본부가 위치한 유타의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성도 수천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까지 전개된 바 있다.

■타교단과 다른 피해 양상
아동 성적 학대 피해를 폭로한 신흥 종교 신자들의 양상은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들이 당한 피해와는 다른 것이 특징이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에서 주로 신부나 목회자 등 성직자들이 가해자의 중심축을 이루는 반면 신흥 종교에서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가해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호와의 증인은 직업적인 성직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장로로 부르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아동이나 청소년의 멘토로 연결돼 지도하는 구조다. 가가호호 방문 전도 활동도 멘토와 짝을 이뤄 진행되고 이때 미성년자들이 성인 멘토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할 위험이 크다.

모르몬교도 성직자가 없어 감독이란 이름의 평신도 지도자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미성년자와 일대일로 면담하며 이들의 신앙심이나 순종심 등을 지도하는 봉사자로 나서고 있다. 특히 면담 과정에서 도를 넘는 성적인 질문들이 쉽게 오가고 성추행이나 강간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가톨릭이나 개신교는 성직자들의 범죄를 은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신흥 종교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관여돼 있어 같은 교단이나 회중의 성도들 사이에서도 범죄 사실이나 피해 여부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거나 은폐하도록 조직적인 단속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기 은폐는 어떻게 가능했나?
여호와의 증인의 아동 성적 학대 피해자 지원기구인 ‘침묵의 양(Silent Lambs)’은 ‘2인 증인 규정’을 이러한 조직적 은폐가 가능했던 단속의 도구로 지목했다. 증인이 2명 이상이 아니면 유죄 입증이 어렵고 거짓 주장으로 결론나면 가족과도 교류가 끊기는 파문 조치를 당하게 된다. 증인 확보도 쉽지 않은데다 피해자의 용서와 가해자의 회개를 우선시하는 교단의 방침도 한몫했다.

특히 미성년자들이 파문되면 부모에게도 버림받아 안전을 위협받기 때문에 피해 사실 폭로가 어렵고 가해자 보호에 더 주력하는 교단의 폐쇄적인 분위기도 폭로를 주저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


게다가 여호와의 증인은 신자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문당하면 부당해고나 집단 왕따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울증, 마약, 알콜 중독, 자살기도 등 후유증의 위험도 크다.

■모르몬교는 예방지침 마련
모르몬교는 최근 아동 성적 학대 피해 폭로가 잇따르자 미성년자와 활동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온라인 교육 필수 이수를 새로운 지침으로 제시했다. 문제가 됐던 일대일 면담도 미성년자가 부모 등 성인을 대동할 수 있게 했고 미성년자가 참가하는 활동에 성인 2명 이상이 동행하도록 했다.

그간 일대일 면담 폐지를 주장해 온 단체들은 이 같은 조치가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라고 반기면서도 온라인 교육이 고작 30분이라는 점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시간을 늘리고 교재도 공개해 모든 성도들이 효과 여부를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호와의 증인은 줄줄이 이어지는 소송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명단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가톨릭의 고해성사처럼 비밀유지가 필요한 항목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조계도 뉴욕의 아동피해자법안 발효로 반짝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연간 20억 달러 규모의 수익 여호와의 증인 구조로는 보상금 지급이 부담도 아니기에 결국 1년 시효를 채울 때까지 일종의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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