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하면 화려한 만국기가 생각났었다. 세계 최고의 마천루와 세계에서 들어온 온갖 상품들이 화려하게 진열된 번화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사는 뒷골목 어디선가 시커먼 선글라스를 낀 주윤발 같은 사람이 롱코트 자락 휘날리면서 나타날 것같은 도시,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그곳이 홍콩이었다.
1980년대말~1990년대에 ‘영웅본색’을 비롯 홍콩 느와르 영화의 붐을 일으킨 홍콩 배우 주윤발, 한국에서도 어찌나 인기가 높은지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광고까지 찍었다. 10대, 20대 청춘들은 친구와의 의리를 내세운 이 영화들을 보고 또 보았으며 이소룡부터 시작하여 오우삼, 장국영, 성룡, 유덕화, 여명, 이연걸, 왕가위, 홍콩배우와 감독 이름을 줄줄 외웠다.
그런데 이 자유와 번영의 홍콩이 요즘, 우산과 마스크를 쓴 시위대의 홍콩이 되었다. 최루탄 개스와 살수차의 진압으로 울고, 진압 과정에서 한 여성의 눈이 다치자 시위대는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같이 울고있다.
1841년부터 1997년 6월30일까지 영국령 식민지였던 홍콩은 제조업의 허브이자 세계최대 국제금융 도시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7월1일부터 영국과 중국간 공동협정이 존재한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홍콩 반환이후에도 50년간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 3월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시위가 촉발, 홍콩 시민들은 중국이 이 법으로 홍콩 거주 중국인뿐 아니라 홍콩 반중 인권운동가도 중국 본토로 잡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법 제정 추진은 중단되었지만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홍콩 전역, 공항 점거 등 지속된 시위를 벌였고 중국 당국은 무력진압 카드로 위협하고 홍콩 정부는 폭도를 엄벌하겠다고 한다.
지난 2014년 9월27일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은 비록 실패하여 현재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이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지만 중국 공산당이 약속한 자치권과 일국양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세계에 폭로되었었다.
지난 6월9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여름내내 이어지고 있으며 관광객 30%가 급감하고 홍콩의 경제가 흔들리지만 중국 정부는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있다. 홍콩 전체 인구 750만명 중 3분의 1인 150만~200만명이 시위에 참여해도 중국은 ‘우린 14억 인구다’하는 것이다.
지난 18일의 평화적 시위에 이어 오는 31일에 대형 집회가 계획되었다고 한다. 홍콩 문제는 2047년 자치권 유효 만료일까지 늘 있을 것이고 시위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홍콩 주권을 되찾은 중국은 홍콩인이 원하는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과 직접 선거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또 국제적 지지도 얻기 힘들다. 중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어떤 국가도 내정 간섭을 하지 말 것을 밝혔다.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빨리 도망쳐. 총칼이 오기전에 어서 몸을 피해” 하고 속삭이고 싶은 심정이다. 무력 진압에 몸 상하고 마음 상하고, 앞날이 망가져 버리는 젊은이가 한둘이겠는가. 외국 국적자나 영국연방국가 이민 신청자, 해외에 연줄이 있는 사람은 이미 탈 홍콩했다. 돈없고 힘없고 장밋빛 미래도 없는 홍콩시민들, 그래서 젊은이들은 더욱 절망적이다.
1989년 6월4일 천안문 시위를 유혈 진압한 중국이다. 이 날 1,000~1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애써 돌려받은 홍콩인데, 홍콩의 자유화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 그 넓은 본토까지 다 자유를 외치며 들고일어나면 그야말로 중국 공산당은 문 닫아야 한다. 그러니 결사적으로 막으려 들 것이고 아까운 젊은이들의 목숨만 수없이 스러질 것이다.
중국은 세계인들에게 SNS를 통한 끔찍한 폭력 진압 과정을 보여주지 않기 바란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정의, 인권, 자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을 것같다. 활짝 웃는 홍콩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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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