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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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속의 한인 1세 정치인들

2019-08-19 (월) 이종철/뉴저지 팰팍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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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민 1세다. 5년간 멕시코에서 국가대표 태권도 코치 겸 도장 운영을 하다가 88올림픽 코치를 끝으로 더 큰(?) 뜻을 품고 미국에 이민 왔다.

세계 수십 개국을 다녀 봤지만 모든 여건이 미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었다. 이민자들의 천국이라 느꼈으니 말이다. 어쨌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태어났던 이민 왔던 간에 누구든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히 살아 가야하는 땅이 미국인 것이다. 이방인이 아닌 주인으로 평생 살아야 할 제2의 고향인 것이다. 근데 필자같은 1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근면 성실과 피나는 육체적인 노력으로 이민생활을 극복할 수 있지만 쉽게 정복할 수 없는 게 첫째 언어라 생각한다. 영어가 우리 1세 이민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류 사회와 동화하고 살려면 더욱 그렇다.

우리 1세들은 이 땅에서 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이상 영어 발음, 숙어, 은어 등에 익숙하지 못한 게 당연하고 평생 안고 가야하는 짐 인 것이다. 물론 육체노동으로 이민 생활을 대다수 시작한 1세대들은 그리 영어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도 뼛속까지 한국 사람인 순수혈통 1세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30살이 넘어 미국에 이민 와서 30 여년을 살았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다가 어느새 5선 정치인이 되었는데 30 여년을 살고 있어도 이 땅에서 교육을 한 번도 안 받았기에 완벽한 영어 구사와 발음에 한계가 있는 것을 항상 느끼며 오늘 하루도 몇 시간씩 영어와 씨름하고 있다.

나는 주관이 있다. 첫째, 미국에 왔으면 미국법과 에티켓을 따르고 미국 속에 동화되자. 둘째,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모든 상황에 눈치와 자존심 버리고 적극 대처하자. 셋째, 영어는 어려운 단어를 쓴다고 유식한 게 아니다. 이해가 쉬운 단어를 간단히 쓰자. 소통이 중요하다. 우린 연설가가 아니다. 넷째, 눈뜨고 잠자기 전에 까지도 항상 영어를 생각하고 꿈도 영어로 꾸자.

현재 뉴저지에서는 10여명의 한인 시의원들이 각자의 타운에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서부지역 LA에서도 김창준, 강석희, 최석호 의원들도 다 한국에서 대학 마치고 군대 제대하고 미국에 이민 온 1세들이다. 그 중에는 필자와 같이 ROTC 동문인 선배도 있다. 그럼 언어 장벽으로 1세는 정치를 못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언어라는 것은 듣고 이해하고 의사 전달만 할 줄 알면 되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1.5세나 2세가 영어만 잘해서 무조건 다 정치를 잘할 수 있을까? 정치는 잘 짜여진 룰과 상식 속에서 모든 주민들을 위해 가슴(?)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주민들에게 항상 귀를 귀울이고 가려운데 긁어주고 대변하고 실천하고 주민을 대표하여 싸우고(?) 하는 게 정치인 것이다.

필자는 주민이 뽑아준 선출 직 시의원으로서 인종을 초월한 모든 팰팍 주민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Korean American 으로서 한인 Community 와 Town 간의 Bridge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많은 주민들의 격려와 찬사에 보람과 더불어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이종철/뉴저지 팰팍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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