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신사스포츠다. 신과 함께 하는 경기다. 골프의 최고 미덕은 ‘에티켓’이다.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인데다 동반자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한인사회에 실로 다양한 형태의 꼴불견 골퍼들이 있다. 오늘도 그들을 주인공으로 지난주에 이어 골프칼럼을 쓰는 이유다.
골프는 동반자와 5시간 정도 함께 하는 경기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꼴불견 골퍼’로 꼽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형태는 다양하고 유형은 비슷하다.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라운드 중 ‘볼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 그렇다. 이들은 동반자의 눈을 속여 볼을 좋은 위치에 슬쩍 옮겨 놓는다. 동반자가 보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볼을 툭툭 치고 다닌다. ‘볼 터치’에 습관성이 강한 사람이다. 이들은 습관을 버리지 않고선 ‘나 홀로 골퍼’가 되기 십상이다.
골프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것이 스코어라고 생각하는 어글리 골퍼도 있다. 동반자들이 자신의 타수를 모를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초보를 벗어난 동반자 들은 다는 동반자들의 타수를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만 동반자를 속였다고 생각할 뿐 동반자들은 속임수를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골프대회에서조차 동반자들이 공모한 ‘연필장난(?)’으로 상을 타가는 뻔뻔한 골퍼들이 여전히 수두룩 하다. 이미 지적된지 오래지만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끊임없이 연습스윙을 하는 등 프리샷 루틴이 긴 슬로우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동반자를 짜증나게 하고 경기 흐름을 깬다는 이유다. 잃어 버린 공에 욕심내는 골퍼들도 다르지 않다. OB를 낸 뒤 동반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스스로 멀리건을 외치는 것 역시 동반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꼴불견이다. 멀리건은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가 주는 것이다. 전화와 셀카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쁜 골퍼라면 라운드를 포기하는게 낫다.
라운드 중에 원하지 않는 레슨을 해주는 골퍼, 지나치게 스윙을 점검하는 골퍼는 볼썽사납다. 이를테면 수건이나 헤드커버를 겨드랑이에 끼는 등 새로 배운 연습을 필드에서 굳이 테스트하는 골퍼다. 더블 파를 하고는 클럽을 내던지며 화를 내 동반자들을 썰렁하게 만드는 골퍼는 어떤가? 동반자들이 보기에 볼이 OB 지역이나 깊은 러프에 들어간 것이 분명한데 볼을 찾는척하며 ‘알까기’를 한 뒤 내 볼이 여기 있다고 외치며 동반자들의 할말을 잊게 하는 골퍼도 다를리 없다. 홀마다 장갑, 수건, 심지어 클럽마저 흘리고 다니는 칠칠맞은 골퍼는 라운드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꼴불견에 속한다.
그린에서 꼴불견 행태를 보이는 골퍼들은 의외로 많다. 볼이 홀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스스로 OK 를 선언하고 볼을 주워 그린 밖으로 나가는 행동이 그렇다. 동반자가 컨시드를 주지 않았는데도 볼을 줍는 것은 골퍼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동전치기’의 악습을 지닌 골퍼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볼 마크를 할 때 볼을 슬쩍 홀 가까이 밀고 볼을 놓을 때 훨씬 앞쪽에 내려놓아 홀과의 거리를 좁히는 수법을 습관적으로 일삼는 이들이다. 심지어 마크를 볼 뒤에 놓지 않고 멀리서 볼 앞쪽에 던져놓고선 아무렇지도 않게 볼을 그냥 줍는 골퍼들도 있다. 이처럼 꼴불견 골퍼들의 행태는 너무도 다양해서 해도해도 끝이 없을 정도다.
골프는 이 세상에서 플레이 하기가 가장 어렵고 속이기가 가장 쉬운 경기라고 한다. 골프만큼 플레이어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도 없다. 그것도 최선과 최악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골프에서 악마의 유혹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골퍼는 ‘필드의 신사’라는 소리를 들으며 좋은 동반자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골퍼는 ‘꼴불견 골퍼’. ‘어글리 골퍼’의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한다.
한인사회에는 여전히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꼴불견 골퍼’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골퍼가 적지 않다. 오늘은 내가 주위에 어떤 골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연창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