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캔터키 옛집’ 과 ‘오! 수자나’

2019-08-13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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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켄터키 옛 집에 햇빛 비치어 여름날 검둥이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듣고 배웠던 슬프면서도 주옥같은 스티븐 포스터(Steven Foster)의 이 노래 제목은 1853년에 발표된 “켄터키 옛집 (My Old Kentucky Home, Good-Night!)”이다.

그보다 바로 한 해 전인 1852년에 출간된 스토우 부인(Harriet Beecher Stowe )의 반노예제도 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의 영향을 받아 작사, 작곡된 이 노래는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들의 애처로운 삶을 동정적 시각으로 묘사하였다. 노예제도 폐지론자 프레드릭 더글라스( Frederick Douglass)가 선호하고 적극적으로 알려 노예제도 폐지를 대표하는 대중적인 노래가 되었다.

노예제도 찬반으로 인해 1861년에 일어나 4년간 지속되었던 남북전쟁 당시 전쟁터의 군인들도 귀향을 꿈꾸며 이 노래를 부르곤 해서 더욱 유명해 지기도 하였으며 1928년에는 켄터키 주의 노래로 제정되었다.


“미국 민요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1826년 펜실베니아의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스와니 강”, “금발의 제니”, “아름다운 꿈”, “올드 블랙조”, “오! 수자나 ”등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노래들도 포스터의 200여개가 넘는 가곡 중에 하나이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Gold Rush)때를 다룬 신나는 곡의 “오! 수자나”는 그가 22살인 1848년에 작사, 작곡하여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불리기 시작하며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당시 미국에서 흥행했던 ‘민스트럴 쇼 (Minstrel Show)’라는 쇼는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을 하고 연기하는 코미디와 춤과 음악을 겸한 새로운 오락 프로그램으로, 흑인노예들을 게으르고 멍청하고 미신적이며 태평스러운 어릿광대로 풍자했다.
‘민스트럴’은 중세 때 노래를 부르던 사람을 칭하던 말로 ‘민스트럴 쇼’는 대단한 인기를 얻어 국내의 예술형식으로 자리매김을 하였고, 오페라를 민스트럴 식으로도 변형시켜 대중화 하며 더욱 인기를 얻었다.

“오! 수자나” 역시 ‘민스트럴 쇼’를 위해 쓰여진 것으로서 2절 원본 가사에 보면 ‘불이나서 500명 “nigger (흑인을 폄하하는 단어)”들이 죽었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신나게 곡이 이어져 가고 있다.

1975년까지도 TV를 통해 보여졌던 이런 ‘민스트럴 쇼’는 시민 평등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이 시작되며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고 가사도 변형되었다.

아름다운 선율, 애수어린 가사로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신나는 곡조로 기쁨과 평안을 가져다주기도 했던 포스터의 노래 가사 뒤에 여지없이 미국사회의 추하고 무자비하며 비인간적인 역사가 적나라하게 반영 되어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또 한 번 소스라치는 놀라움에 마음이 아프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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