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족이란 단어의 저주

2019-08-11 (일) 10:02:33 이영묵 맥클린, VA
크게 작게
민족이란 단어는 백성 민 자와 종족이란 족 자가 합성된 말이다. 이 단어는 중국에서 시작된 단어가 아니다. 중국 사람들뿐 만이 아니라 모든 아시아 한자권에서는 한민족, 몽고민족, 여진민족 티베트민족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저 한족, 몽고족, 여진족, 티베트족으로 부르면서 지내왔다.

그러다가 명치유신 때에 일본 정부가 민족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명치유신 전까지 일본은 독립된 지방정권 즉 다이묘(大名)가 지배하는 소위 번(藩)이란 지방분권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 오랜 전통으로 명치유신으로 국가 통일은 이루었지만 오랜 습관으로 인해서 사람들 마다 ‘나는 조슈 번 사람이다’ ‘나는 사스마 번 사람이다’라고 해서 정부에서 그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천황폐하의 백성이란 종족이다. 즉 일본민족이다’ 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모두 민족이란 단어를 만들었고 쓰게 했다.


그런데 이후 일본이 대한제국을 침략하고 식민통치를 하자 대한제국 사람들이 우리는 일본민족이 아니라 너희들과 다른 대한제국 민족이라며 저항과 독립운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화의 세대인 21세기에는 이제 민족이란 단어를 그만 썼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기사를 읽었다. 추신수 선수의 14살, 10살 두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택했다는 기사다. 나는 그 두 소년에게 국적포기란 단어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였고, 오로지 뉴스 만들기에 열중하는 못된 언론이 오로지 민족이란 단어를 들먹이며 시민들의 비난을 은근히 유도하려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꽤나 불쾌했었다.

그런데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았던 마이너 리그의 고달프던 선수 시절을 보냈던 추선수의 아들로 태어나서 한국사회와는 아무런 소속감도 없이 자란 그에게 국적포기라는 단어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도대체 이것이 무슨 기사거리이냐 하는 냉소적인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반가웠고 그놈의 민족이란 저주의 단어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안 하는 것에 적이 마음이 놓였다.

이곳 워싱턴에는 일제제품 불매운동을 하자는 단체가 탄생했고, 내가 한일 간에 현 경제전쟁(?)에 대해서 문대통령이 밀어붙이지 말고 타협을 하였으면 한다는 글을 썼더니 민족주의에 함몰된 사람들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지금 한국이 일본과 전쟁 중이다 하면서 나를 비난하는 글과 이멜도 꽤나 보내왔다.

나는 현재의 경제전쟁의 발단이 일본이냐 한국이냐 좌파냐 우파냐 중국편이냐 미국편이냐 더 나아가 종북 좌파냐 아니냐 하는 논쟁을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지금 타고 다니는 차는 일본 브랜드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조립한 차이고 1만개가 넘는 부품과 재료는 수십 개의 나라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또 오늘 나의 저녁 밥상의 식재료는 미국 한국 중국 멕시코 일본 노르웨이 태국 중남미 여러 나라 등 최소한 10개의 나라에서 공급받은 식재료이다. 세상은 이제 진정 지구촌이지 한국과 다른 나라들과 구분하며 살 세상이 아니다.

실상이 이러할진대 이제 우리는 세상에서 배타와 저항의 민족이라는 울타리를 깨고 벗어나야 한다. 배타 저항으로 함몰된 민족이란 단어는 진정 저주의 단어임을 알아야 한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현재 일본과의 경제전쟁의 근원은 ‘우리 민족’ 이란 것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 피 속에 녹아있는 민족이란 DNA를 지워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영묵 맥클린,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