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리화나의 경제학

2019-08-12 (월)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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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마약의 하나인 대마초 합법화를 둘러싸고 미국전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미 의료용 대마초의 사용은 절반 이상의 주에서 허용되고 있으며 메사추세츠와 콜로라도 같은 10개 주에선 기호용 대마초까지 합법화 되었다.

불과 몇 년 전 대마초의 재배와 유통, 판매, 소지행위를 범죄로 엄히 다스려 대마초사범이 미국 전체 체포사건의 40%나 차지하던 시절을 상기해볼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법안 지지자들에 의하면 대마초의 합법화는 대마범들을 체포나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을 전과자로 양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 법원의 업무경감에 따른 예산절감, 역으로 대마 판매세 등을 통한 주정부의 세수증대와 일자리 창출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마사업은 미국내 가장 급성장하는 고용시장 중 하나로 떠올라 작년 그 종사자 수만도 이미 21만1,000명에 이르렀다. 미국전역 통틀어 셰프가 13만1,430명, 항공 엔지니어가 6만5,760명인 것에 견주어보면 폭발적 증가세가 금세 피부에 와닿는다.
이 같은 변화무드는 우리 한인커뮤니티 주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인 뉴저지주의 보건당국은 의료용 대마 환자수요가 작년 1만7,000명에서 올해 4만7,000명으로 276% 폭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의료용 대마배급소는 현재 6곳 밖에 되지 않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주정부는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 및 유통, 판매 라이선스를 추가 발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의 일환으로 2017년 한인 밀집지역인 시카커스 메도우랜드 파크웨이 (Secaucus Meadowland Parkway)에 이어 최근 또다른 한인 밀집지역인 리지필드(Ridgefield)에도 마리화나 재배시설 건립이 허용되었다.

하지만 대마초 사업전망이 모두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마초는 엄연한 향 정신성 마약으로 이를 합법화함으로써 야기되는 많은 부작용들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마초 흡입 후 환각상태에서의 근무, 상대방 위해가 뻔히 예견되는 운전행위, 마약중독 예방교육과 치료에 따르는 비용문제 등도 무릇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들이고 또 반대론자의 우려대로 대마초를 징검다리 삼아 더 강력한 마약으로 옮겨 탈 개연성과 대마초남용으로 인한 연쇄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방법과의 충돌문제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이다. 연방 정부는 주정부의 합법화와 상관없이 여전히 대마초를 가장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는 1등급 마약으로 규정하고 대마초의 재배, 수출입, 제조, 유통, 소지를 모두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주정부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의료용 대마초를 재배하더라도 연방법 상으로는 중범죄에 해당하여 법적 처벌이 불가피한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연방 법무부장관이 주정부 승인 대마사업자는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문제삼지 않는 것일 뿐 향후 정치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보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부 행정기관인 주정부에서 허가한 사항을 카운티 및 시정부 공무원들이 연방법에 배치된다며 사업부지 및 건물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든가 건물주가 임대 계약을 거부하는 등 혼선이 일선현장에서 왕왕 일어나고 있다.

대마초 사업자들이 당면한 더 절박한 문제는 시중은행 거래가 원천봉쇄 돼있다는 점이다. 즉 연방법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들이 연방법상 불법인 대마초 관련 사업에 당연히 돈을 빌려주지도, 예금조차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마초가 허용된 워싱턴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주에선 대마초로 번 캐쉬를 은행에 맡기지 못해 개인금고에 넣어두고 무장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그래서 벌어지는 것이다. 연방국가인 미합중국에서 일어날 법한 한 단면이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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