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환경이라는 집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번식을 하는 환경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어려울 때는 환경이 더욱 파괴되어 삶의 질이 악순환으로 더 나빠지고, 인간의 삶이 향상되었을 때는 정서적으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게 된다. 환경생태학 연구라 함은 환경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연구하고, 서로 간의 관계를 분석해 인간 생활에 도움이 되게 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에서 어류생태학 및 환경생태학을 공부했다. 한국의 내륙과 섬 대부분의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조사를 다녔고, 때로는 일년의 절반 이상을 타지에서 숙식을 하면서 환경조사를 하기도 했다. 때로는 남북한 분계선의 DMZ에 들어가 수생태 연구를 위해 하천 물속 어딘가에 있을 지뢰나 포탄으로 부터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휴전선 안의 하천을 맨 몸으로 들어가서 수질 및 어류 조사를 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많은 환경조사를 다니면서도 환경이라는 학문에 대한 궁금함과 갈증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수환경 및 수생태 관리를 전공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대자연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던 한국이라는 산과 바다가 작은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배워온 생태학의 지식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자연환경 조사를 통한 경험으로 선진 환경기술 및 지식을 익힌다면 충분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러한 생각은 한 번에 깨졌다.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그 한 예로, 미시간 앤아버에 소재하는 미시간대학에서 석박사를 시작하며, 지도교수와 첫 필드트립을 가게 되었다. 한국 하천은 대부분 상류의 수온이 낮고 하류로 갈수록 수온이 높아진다. 주된 이유는 상류에서 지하수의 유입이 많고, 하류로 갈수록 따듯한 표면수의 유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시간에서 첫 필드트립으로 방문했던 한 하천에서는 수온이 반대로 측정되는 것이었다. 너무나 신기해서 지도교수에게 한국에서 대부분 하천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미시간은 왜 다른가를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시간 지질의 특이성과 지하수 영향으로 인해 하류로 갈수록 지하수의 비중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여름에는 상류보다 하류의 수온이 더 낮고, 겨울에는 하류의 수온이 더 따뜻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래서, 미시간의 하천이 연어나 송어가 살기 좋은 자연환경이 조성되게되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을 시작으로, 처음 몇 년 동안은 수질, 수리및 수문학, 지질학, 어류 분류학 및 생태학, 통계, 수학모델링, 수서곤충 분류학 및 생태학 등을 모두 새로 배워야 했다.
환경생태학에 대해 지식적으로 배우고, 다양한 조건의 자연환경을 통해 경험으로 습득한 이해도가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다가온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멀리 보이는 산을 넘으면 넓고 넓은 바다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발길을 재촉하지만, 그 산을 넘으니 또 다른 큰 산이 나를 기다리는 기분과도 같았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자연환경에 대한 선진기술과 지식만 익히면, 한국에 돌아가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가득한 청년에게 자연은 겸손함을 가르쳐 주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나의 지식이 높아질수록 나의 생각과 주장이 옳다고 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며, 다른 사람의 사고로 부터 또 다른 지식을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야 함을 배우는 인생의 좋은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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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환경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