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 혁명의 자부심

2019-08-08 (목) 07:27:23 이덕근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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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두꽃’에서 얼자 출신 접장 백이강은 농민군의 출격을 북돋우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덜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소?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은 개, 돼지와 다름없었잖소. 그래서 우리가 싸웠잖애. 죽자고 싸워서 만들었잖애. 겨우 몇 달이었지만 사람이 동등허니 대접하는 세상 속에서 살다본께, 아따, 기깔 나서 다른 세상에서 못 살겠더랑께. 그래서 난 싸운다고. 찰나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는다 이 말이여.”

1차 봉기 후 농민군은 관군과 전주 확약을 맺은 후 전라도 지역에 집강소를 설치하고 폐정개혁안 11조를 실시하였다. 그 중에는 탐관오리를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노비문서를 불태워버릴 것, 무명잡세를 거두지 말 것, 왜놈과 간통하는 자는 엄징할 것, 토지는 평균으로 분작하게 할 것 등등 혁명적인 개혁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우세한 화력의 일본군에게 궤멸되고 말았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실패한 혁명’으로도 불리지만 이후 항일운동의 기반이 되었고 8.15 광복,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거쳐 2016년에 이르러서는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동학농민혁명은 민중이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며 일어난 우리나라 ‘민주주의’ 혁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전우용 교수의 표현대로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경험한 ‘집단 기억’을 갖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기억은 민중이 지배 세력을 끌어내린 집단 자부심의 기억이다.

이런 ‘혁명의 자부심’이 지금 들불처럼 타오르는 일본산 불매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도 민중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 보지 못한 일본은 우리의 상대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전봉준 장군이 처형당하면서 남긴 유언을 가슴에 새겨 마침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자.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란 말이외다. 우릴 기억하는 한 두 번 지지 않을 것이오.”

<이덕근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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