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통을 이기는 믿음

2019-08-05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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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그 아픔을 뚫고 인생을 승리로 이끈 위인들이 허다하다. 시성(詩聖)이라 불린 호머도 밀턴도 시각 장애자였다. 천하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곱사등이였다. 바다의 왕자 넬슨 제독도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도 문호 셰익스피어도 보행장애자였다.

교도소가 인생의 끝장인가? 그렇지 않다. 존 번연은 감옥에서 불구의 명작 '천로역정'을 썼다. 극심한 추위가 사람을 움츠리게 만드는가? 아니다. 조지 워싱턴은 밸리포(Valey Forge)에서 폭설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다. 가난을 탓하지 말라. 링컨은 통나무 오막살이에서 자라났다. 루즈벨트는 휠체어에 앉아 미국과 세계를 다스렸다. 발명왕 에디슨은 30세에 축음기를 만들었는데 그는 아이 때부터 거의 청각 장애자였다.

신약성경을 절반이나 쓴 사도 바울은 여러 병에 시달렸는데 학자들은 그가 간질 환자였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완전해진다.”(고린도후서 12:9)고 말하고 오히려 “나의 약함을 자랑한다.”고 고백하였다. 죄수들과 함께 십자가 처형을 받은 예수는 패배자였나? 그렇지 않다. 예수 자신 “내가 이기었노라.”(요한복음 16:33)고 승리의 개가를 올렸다.


연방무역국(FTC)은 미국의 직장인들을 연구하고 사람이 피로를 느끼고 마음이 가라앉는 것은 철분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신적으로 피곤하면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우울해진다. 따라서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외적 조건들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지 않고 정신적인 활력을 회복하는 데에 있다.

나는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1) 확실하고 구체적인 희망을 가질 것. (2) 과거의 실수나 우울하였던 일에 붙잡혀 있지 않을 것. (3) 하나님이 돌보심을 의지할 것. (4) 나 자신이 사명(내 인생의 목적, 혹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구체적으로 깨달을 것.(5)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나관적으로 살 것.
나는 골치 아픈 일을 만나거나 긴장하게 될 때 그랜드 피아노를 생각한다. 피아노 속에는 240개의 쇠줄들이 4만 파운드의 강한 힘으로 매어져 있다는 것이다. 피아노 줄의 긴장이란 참으로 엄청나다. 그러나 그 강한 긴장 속에서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 소리는 정말 아름답다. 옛날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匠人)들은 일부러 북쪽을 향하여 서있는 나무를 구했다고 한다. 모진 북풍에 시달린 나무가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운전하면 가끔 DETOUR라고 쓰인 표지판을 본다. 도로공사 같은 일이 벌어져 길이 임시로 막혔으니 '돌아가라'는 말이다. 물론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도 걸리고 괴롭지만 그래도 빨리 가려면 돌아가야 한다. 일본 속담에도 “서둔다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인생 여로에도 가끔 “돌아가라”는 푯말에 부딪친다. 괴롭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것이 빨리 가는 길이다. 아프고 괴롭다고 실망할 것은 없다. 단지 약간 돌아갈 뿐이다.

구약성경에 욥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이런 신앙고백을 한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正金) 같이 니오리라.”(욥기23:10) 여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 내가 당하고 있는 고통을 하나님이 다 알고 계시다는 것. 둘째 고통은 하나님이 나의 믿음을 단단하게 만드시려는 훈련과정이라는 것. 셋째 고통을 통과시키며 나를 정금, 곧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된 순금으로 만드시려는 과정이라는 믿음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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