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는 민족주의인가?

2019-08-05 (월)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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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선 지구촌의 특징들 중의 하나는 강력한 민족주의를 강조하는데 있다고 본다. 국가 경쟁력이 그 어느 시대보다 민감한 시대가 되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이기심이 발동하여 모든 나라들이 자신의 국익만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한국민족과 이스라엘 민족사는 수난의 역사를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 천황과 바로의 폭압에 시달린 민족, 8.15 해방과 출애굽의 기적, 남북의 분열된 상황까지도 두 민족의 흡사한 역사적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구약성경은 선민이라고 자칭하는 유대민족들만을 위한 독점적인 신앙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구약시대의 역사 속에서 요나같은 선지자들을 보내서 구약의 야훼 하나님이 유대인만의 신이 아닌 이방 원수들의 나라도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셨다. 물론 철저한 민족주의 사관에 사로잡힌 선지자 요나는 앗시리아 수도 니느웨에 가기를 정면으로 도피했다. 이미 구약시대부터 기독교는 민족주의가 아님을 드러냈다.


초창기 한국의 기독교가 마치 민족주의 신앙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결정적 사건은 단연 3.1운동을 꼽을 수 있다. 일제의 강압 밑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한 선언서에 민족대표 33인 중에서 16명이 기독교의 대표들이었다. 사실은 전체가 기독교인들의 운동이었지만 타종교와의 민족적인 총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양보를 했다는 후문이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어쨌던 당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3.1 만세 운동은 전적으로 기독교인들의 민족 애국운동임이 확실해 보인다. 독립만세 운동으로 연행된 자는 장로교 교역자가 336명이라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 장로교 목사가 총 169명이었고 목사 후보생이 102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교역자 모두가 만세 운동에 참여했다는 통계가 나온다.

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 한 해동안 전국에서 220회의 만세 운동을 일으켰는데 전부가 교회를 중심으로 거사되었고 이로 인하여 남신도 2,125명, 여신도 531명이 체포되었다. 1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일 교회를 중심으로 만세 운동을 일으켰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애국적인 행동이 기독교는 마치 민족주의로 자리매김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경은 철저하게 기독교는 민족주의 종교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는 안된다. 주기철, 손양원 목사는 신사참배와 공산주의에 반대하며 목숨을 던졌다. 이들은 민족주의의 선봉장이라기 보다는 먼저 올 곧은 신앙적 선택의 결과로 하나님의 계명 앞에서 충성했다고 봐야 한다.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수많은 옥중 성도들은 민족주의 관점이 아니라 유일신 하나님께 대한 배타적 신앙 계명앞에서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양국 지도자들의 계산된 정책에 무조건 민족주의나 애국심의 이름으로 부화뇌동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는 결코 민족주의에 갇힐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오히려 민족을 초월해야 한다. 탈민족주의와 유니버셜리즘을 품을 때에 온 나라가 함께 진정한 솰롬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복음이고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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