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예제도 400주년… 인종 차별 성경적 관점
샌프란시스코 조지 워싱턴 고등학교 이사회가 흑인 노예 및 식민지 개척 당시 살해당한 인디언 원주민들의 역사적 실상을 그린 건물 내벽의 벽화가 문제 있다며 없애기로 최근 결정했다. [AP]
‘모든 인간은 한가족…외모 차별은 죄를 짓는 행위’ 명시
“과거 노예제도·인종차별서 벗어났다” 미국인 28% 불과
올해 8월은 미국에서 흑인 노예의 역사가 시작된 지 400년이 되는 시기다. 1865년 노예 제도가 폐지된 후 154년이 지났지만 대통령까지 인종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미국 사회는 지금도 여전히 인종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예 역사를 지닌 흑인뿐만 아니라 한인 등 아시안을 비롯한 모든 유색인종들은 하루하루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인종 차별과 마주하고 있다. 흑인 노예 제도 400주년을 맞아 인종 차별에 관한 성경적 관점 등을 살펴본다.
■노예 역사는 성경에도 있다
미국에서는 주의회 역사를 최초로 시작한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 1619년 남녀 흑인 4명이 팔려온 것이 노예 제도의 시초다. 1808년까지도 노예 수입은 법적으로 허용됐었고 당시 노예 일인당 10달러의 세금이 부과됐다. 1860년 인구조사(센서스)에서 집계된 노예 규모는 395만540명이다.
1865년 남북전쟁 후 수정헌법 13조(노예제도 폐지), 14조(시민권 및 시민의 권한), 15조(인종이나 피부색에 따른 투표권 제한 금지) 등 3개 조항이 성립됐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다. 이후 188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법’ 등 아시안도 차별 받았다.
노예제도는 성경의 신구약 시대에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ㅁ 논란거리는 아니었다. 구약 시대에는 빚을 갚지 못했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때 노예가 되기도 하고 특히 전쟁포로로 잡혀 노예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회복 불가한 부상을 입으면 노예 신분을 벗기도 했다.
신약 시대에는 노예나 자유인이나 크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스로 노예 신분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은 물론 의사, 간호사, 철학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했고 대우가 좋았기 때문에 좀 더 나은 혜택과 삶의 질을 높이려고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기도 했다.
로마시대에는 노예들이 사라지면 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신분의 존재들이었지만 기독교가 점차 확산되면서부터 노예 제도와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다.
■인종 차별에 관한 성경적 접근
현대사회에서 자주 논란거리가 되는 인종차별에 대해 신학자들은 크게 6가지의 성경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우선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과 뜻하심에 따라 동일하게 창조한 존재(창세기 1장)라는 점에서 인종적 차별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아담과 하와를 조상으로 둔 같은 부모 밑(창세기 1장28절)의 형제자매이자 한 가족이란 점에서도 인종 차별은 성경적 가르침에 어긋난다.
또한 성경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한만큼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 존재(골로새서 3장11절)이며 구원은 죄 지은 자나 믿음 있는 자나 모두에게 동일하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은혜(로마서 1장16절)이고 천국에 들어간 모든 사람도 높고 낮음 없이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요한계시록 7장9절)는 점도 인종 차별을 하면 안되는 성경적 근거로 삼는다. 특히 모든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하고 피부색 등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야고보서 2장9절)고 해석한다.
아담과 하와가 인간의 원죄를 지었듯이 노예 제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이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원죄를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고도 풀이한다.
■미국사회에 여전한 인종차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의 여성 유색인종 초선 의원 4명을 겨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미국이 싫으면 떠나라’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실제로 미국인의 절반 가까운 46%는 흑인 노예제도의 역사가 현재까지도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기독교인 중에는 이보다 더 높은 50%가 그렇다고 답했고 흑인의 79%, 백인의 42%가 이에 동의했다.
이는 기독교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 리서치가 이번 주 발표한 조사 결과로 일반 성인 1,007명, 기독교인 1,502명, 개신교 목회자 600명 등이 참여했다.
10명 중 3명(28%)은 미국이 과거의 부끄러운 흑인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종차별은 과거의 문제일 뿐이라는데 대해 흑인 59%, 백인의 39%는 동의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에 대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복수응답을 기준으로 전체의 28%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인종적으로도 흑인 기독교인(15%)보다 백인 기독교인(33%)이 교회의 역할에 대해 2배 넘게 회의적으로 답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세는 밀레니얼 세대(1984~1998년생)가 35%로 가장 높았고 X-세대(1965~1983년생)가 28%,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세대가 20%, 1946년 이전 출생한 원로들이 17%로 세대간 격차가 뚜렷했다.
■사랑이 최고의 명약
기독교 지도자들은 인종 차별로 상처를 주고받은 미국 사회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길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저 막연한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에 뿌리를 둬야 최고의 명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 된 형제일 뿐이고 서로를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가치로 대할 줄 알아야 진정한 치유를 기대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려면 서로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의 용서를 받으려면 그간 저지른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차별은 상대보다 내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만큼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먼저 점검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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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