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격지능

2019-08-01 (목)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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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미국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정신의 윤곽 (The Frames of Mind)’ 이라는 저술에서 그의 지능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인간에게 있는 지능이 단일한 것이라는 종래의 의견에 도전하여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각기 다른 지능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 여러 지능으로는 언어지능, 수리지능, 시공지능, 음악지능 및 ‘인격지능’ 을 들 수 있다고 그는 제시하였다.

언어와 수리능력 따위에만 치중한 지능개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들의 생활가치 및 이념을 반영한 것이라며 또 과학과 기술의 발달을 이용하여 경제발전을 꾀하고 치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자는 인식한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선 이때에 그러한 기치관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갖는 학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교육계에서는 조용하게나마 커리큘럼을 변경하여 지금까지 등한시해온 인문과목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일은 매우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심리학자 가드너의 복수지능과 특별히 그의 ‘인격지능 (Personal Intelligence)’ 은 우리에게 한 빛을 던져주는 좋은 자료가 되지않나 한다.

가드너는 ‘인격지능’ 을 대내인격과 대외 인격지능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간략하게 말해서 대내인격은 자기자신에 대하여 심사숙고와 자성을 잘하는 능력을 말하고 대외인격지능은 대인관계를 잘하여 타인과 시이좋게 지내는 능력이라고 되어있다.
사람의 지능은 순전히 선천적인 것으로 평생 불변하는 것이라고 여긴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환경론이 발달하여 환경적인 여건이 지능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심리학자들은 보고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력과 환경조정으로 잠정적 지능소재를 높이 계발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인격이라는 말은 사람의 자격과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는 가치수준을 뜻하는 말이므로 인간의 다른 여러 지능과는 다른 점이 없지않다. 그러나 가드너는 모든 사람의 인격수준에 높고 낮은 차이가 있는 점을 지적하여 사람의 인격형성 능력도 하나의 지능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한때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인격은 나서부터 죽기까지 평생을 거쳐 발전한다고 말한다. 그 거쳐가는 발전단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공자도 ‘지학립 불혹지천명’이라고 하여 평생에 걸친 연대적 발전상을 말한 적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이러한 연대적 발전단계들은 인간이 자동적으로 거쳐가는 단계가 아니라 각 단계가 하나 하나의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어느 단계의 위기에서 좌절이나 낙오가 되면 그사람의 인격발전은 그자리에서 정지 혹은 결박 (Arrest) 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 그 모양 그 꼴이다, 제버릇 남 못 준다는 등의 우리의 표현은 그러므로 사람의 인격발전이 제대로 풀리지 못한 채 한자리에 묶여 있는 상태를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주의 심리학에서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모델이 될만한 인물을 예수, 소크라데스, 간디와 같은 인물이라고 제시한다. 이들에게는 대내적으로는 흔들리지않는 자아가 확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인류애와 인간고락에 동참하는 능력이 있어서 과연 인격의 모델로서 손색이 없었다.

인구의 증가와 물질주의의 나쁜 결과 때문에 인간생활의 질이 나빠져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의 다른 지능보다 인격의 지능을 특별이 발전시키지않는 한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가드너는 제시하고 있다.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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