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한인의사의 장례식에서…

2019-07-31 (수)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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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한 한인 여의사의 장례가 있었다. 일년 전에 새벽기도 갔다 오는 길에 차 사고로 부상을 입어 고생하다 별세한 83세의 소아과의사, 신정식 장로의 이야기다. 그는 필자가 뉴저지에서 한인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하던 (1972∼84) 초기에 모여든 여러 의사 가정 중에 하나였다. 그의 아름다운 신앙생활과 한인사회를 위한 헌신적인 봉사는 장례식을 통하여 다시 조명 되었다.

신정식 장로의 장례식은 마음을 뜨겁게 해주는 예배였다. 그는 여성으로 어려운 의학을 공부했고 1990년대 한인 초기 이민들 중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여러 의사들 중에 하나였다. 그의 남편 신정하 장로는 한국 해운회사의 지사장으로 뉴욕에 온, 한인 사회의 엘리트 가정이었다.

두 아들을 두었는데, 불행하게도, 80년초에 큰 아들이 스페인에 여행 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슬픈 일을 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신앙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파라과이 선교를 도와 기념 교회를 지어주는 일을 하였다. 오늘에 와서는 큰 교회로 발전하여, 그곳 선교에 크게 이바지 하고있다.


닥터 신이 소아과 의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도운 이야기가 조사를 통하여 알려졌다. 돈 없는 신학생이나 보험도 돈도 없는 많은 사람들을 무료로 봐 주었다. 수입은 남편이 하는 크리츠천 아카데미 (신앙중심의 교육을 위한 사립학교)에 아낌없이 투자하였던 일도 한인 사회를 위한 큰 봉사였다.

이러한 아름다운 생을 추모하기 위해 500여명의 많은 조객들이 모였고 뉴저지 파라무스 조지 워싱턴 공원묘지에서 있은 하관식에도 100여명의 조객들이 참석하여 자동차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 공원묘지는 1980년 본인의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묻힌 후, 많은 한인이 안장되는 묘지가 되었다. 한국 이민이 미국 땅에 묻히기 시작 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미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다는 상징이다.

의사들은 이민 사회뿐 아니라 미국 주류 사회에서 크게 공헌 하고 있다.

또 하나는 본인이 피츠버그에서 주재 감독으로 있던 때 한 미국 교인이 나에게 고백한 이야기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이다. 자기는 월남전에도 참전하여 한국사람을 미워했다고 했다. 그런데 심장마비에 걸려 급히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 병원의 한인 의사가 수술을 담당하게 되자 “ 나는 한국 사람은 싫소.” 하고 거절 했다고 한다. 한인의사는 “웃으면서, 걱정 마시요” 하고 안심 시켜 놓고 마취에 들어갔다. 한인 의사들의 수술 기술은 세계적이다. 수술은 성공 했고 그 사람은 살았다. 그 교인은 고백했다. “제가 한국인을 싫어했는데 한국의사가 나를 살렸습니다. 한국 사람은 나의 생명의 은인이고 이제 저는 한국인을 사랑 합니다.”

여러 한인 의사들은 인술로 많은 사람을 돕고 있다.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일면이다. 그렇게 우리는 고 닥터 신정식도 기억할 것이다.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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