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에 바짝 엎드려야 사는가

2019-07-30 (화) 07:39:18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전대표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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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몸에 체화되어서 어색하지 않은 체질과 사고, 습관들이 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은 분들께는 우선 공경해야 한다’든가, ‘성직자는 모두 존경해야 한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위 전제들이 틀렸다거나 반드시 맞다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유교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모태신앙이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보편화된 약속이자 상식이다.

그 중에는 ‘미국은 항상 선하며, 한국은 약소국가이다’라는 점도 그렇다. 한국을 지정학적으로 표현할 때마다 접두어로 갖다 붙이는 말 중에는 ‘극동의 조그만 반도’ 또는 ‘주변 4대강국’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면 설명을 잇지 못하는 자료와 글들이 넘쳐난다. 한국은 언제까지 ‘4대강국 속의 작은 나라’여야 할까? 그 4대 강국을 누가 만들었나. 우리 자신들 스스로가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다. 이는 처절하게 씻어 내야 할 ‘내재된 식민근성이자 절대 2등 국민의식’이다.

2018년 통계로 이 세계에는 237개국이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안착된 OECD 회원국은 36개국으로 한국은 1996년에 가입되었다. 당시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되었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G20라는 것이 1999년에 재무장관 회의로 시작되어 2008년에 정상급 회의로 격상되어 매년 연례행사로 열린다. 물론 한국도 가입되었고, 이 20개 국가의 GDP는 전 세계의 85%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3,2770불로 29위이다. 이중 인구 5,000만 이상이며 3만불 이상국가로는 세계 8위이다.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이다. 또 수출액 세계 6위, 수입액 세계 9위의 나라다.


미국을 제외한 한국과 국경을 접하는 중국, 러시아, 일본만을 단순비교 하더라도 이제는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가 아니다. 이들이 오히려 한국을 더 필요로 하는 시그널이 아주 많다. 실제로가 그렇다. 필자가 1988년 일본에 연수갈 때만 하더라도 경제의 제반지표에서 한국의 딱 10배가 일본이었다. 이 시기 일본이 미국을 잡았다고 호언하다가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된 걸 기억할 것이다. 2018년 말 현재는 한국은 일본의 80%가 넘었다. 거의 대등하고, 의미 있는 분야에서는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이 격차마저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약소국 타령인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지나친 자기비하와 겸손은 자칫 비굴이며, 경쟁력을 스스로 낮추는 자충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정부는 국내 선거판에 꺼내들지 말아야할 한국과의 역사문제, 정치문제를 꺼내들었고, 일제 불매운동 상황을 맞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둬들이려 해도 보통으로는 해결되지 못할 ‘제2 히로시마 원폭’을 자처한 것이라고 본다. 일본과 ‘한국의 일부’에서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상황이 그렇다. 일부에서는 쌍방의 피해라고 초조해하는 듯 한데 한국의 피해는 소수의 대기업들이고, 그들의 사내 유보금만도 엄청나다. 국가 경제성장율의 지체가 시민들과 얼마나 상관이 되는가. 일본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것도 계산하지 못하는 듯하다.

란체스터라는 영국의 공군전략가가 2차 대전에서 독일과의 공중전에 적기가 몇 대냐에 따라서 아군기의 출격 대수를 결정하였다. 그는 1차적으로 숫자가 많으면 우세하다는 것과 몇 대를 더 보내야 하는가를 계산해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길 수 있는 소위 ‘맞상대의 법칙’(란체스타 제 1법칙)을 구사한다. 전쟁 중에 무기의 개발과 함께 비행사의 전투능력이 전투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된다는 걸 알았고, 이를 적용한 것이 제 2법칙(집중, 확률의 법칙)이다. ‘집중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그런데 현재 한일 간의 문제는 제 2법칙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한, 중, 일 3국의 시민의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자율성, 주체성, 유연성, 역동성 측면에서 레밍(들쥐)같이 말없이 따르는, 또는 무관심한 일본 국민들과 사회주의 통제하의 중국 국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시민들의 ’집단 지성’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미국에서조차 흉내도 못 낸다. ‘정예화 된 소수는 흐트러진 다중을 이긴다, 과병은 능히 중을 제한다.’

총을 쏴야 전쟁인가? 이미 전쟁인데도 불구하고 목숨 걸고 독립운동은 아니래도 일제 불매운동하고 있는 걸 거들지는 못할망정 ‘모두 엎드려야 산다’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평생을 자기주체마저 조롱하고, 비아냥만 하다가 생을 마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의 40대 이하는 각 분야에서 식민 피교육 세대와는 달리 일본에게 져 본 기억들이 별로 없는 세대라는 것만 상기해도 아주 조금은 이 사태를 이해할 것이다. ‘숫자가 많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전대표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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