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형

2019-07-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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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하여 부부관계를 이루는 일은 매우 예사로운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 관계는 예사롭지가 않고 오히려 복잡하고 기묘하기만 하다. 여기에 결혼생활과 부부관계에 대한 지식 한토막을 소개하여 서로의 편의와 이해를 나누고자 한다.

두 심리학자가 쓴 ‘“결혼의 신기루 (The Mirages of Marriage)’ 라는 책에 보면 모든 부부는 네가지 유형의 부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그 첫째 유형에 속하는 부류는 ‘안정-만족형’ 이라 하였고 둘째 유형에 속하는 부류는 ‘불안정-만족형’, 셋째는 ‘불안정-불만족형’ 그리고 마지막 유형에 속하는 부류는 ‘안정-불만족형’ 이라고 각각 표시하였다.

여기의 분류는 가장 좋은 부부관계에서 가장 나쁜 부부관계로 차례를 지어 나열하였으므로 이 네 개의 유형들은 마치 스펙트럼 속의 위치나 스케일의 계표라고 생각하면 좋을듯하다.


제일 첫째 부부형인 안정-만족형(Stable-Satisfactory) 은 말하자면 가장 이상적이요 가장 행복하게 사는 부부를 말하는데 이 부부는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며 사랑하는 일도 잘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부부관계를 가장 잘 특징짓는 어휘는 동역 (Collaborate) 과 신뢰라고 나와있다.

이 유형에 속하는 부부들은 또 결혼전의 가정과 사회적 배경이 매우 유사하여 피차의 취미와 가치관이 서로 같은 사람들중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하며 자기 부모들의 부부형도 이 안정-만족형에 속해 있다고 한다.

제2의’ 불안정-만족형’ (Unstbale-Satisfactory) 은 네 유형중에서 숫적으로 가장 많은 부부가 속해있는 부부형이라고 할수있다. 이 유형에 속한 부부들은 자기들의 부부생활이 적어도 중간이나 그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자녀 훈련문제와 돈 문제와 친척문제로 틈틈이 싸우는 일이 있으나 ‘칼로 물베기’ 라는 표현과 같이 비교적 쉽게 싸움에서 회복을 하고 또 일단 회복한 후에도 한동안은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이다.

제3의 부부형 ‘불안정-불만족형 (Unstable-Unsatisfactory) 은 이혼율이 가장 높은 부부형으로써 상담소나 결혼문제 전문가에게 찾아가는 비율도 가장 높은 부부형을 가르킨다. 상대방의 약점들을 모았다가 그것을 효과있게 악용하고 빈틈없는 자기 정당화와 책임회피로 모든 잘못이 상대에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명수들이다. 아이의 잘못도 상대의 잘못이라고 끌어들여 자녀에게 피해를 입히는가하면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경쟁으로 자녀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마지막 4째 부부형 ’안정-불만족형’(Stable- Unsatisfactory) 은 가장 나쁜 부부형 이지만 이 부부는 서로 싸우는 형도 아니다. 그러나 이 두사람이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끼치는 피해는 참으로 크다.

이 부부는 자타에게 자기네 결혼생활은 완벽에 가깝고 상대방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배우자라고 말하며 피차에게 찬사의 말을 금치 않는다. 말하자면 이 사람들은 자기속 깊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외식과 위선이 가득차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그 감정을 감추고 외면하기 위하여 외식과 위선에 매달린다.

흥미있게도 종교와 교회는 이같은 유형부부에게 자기들의 심리적 괴벽을 꽃피우는데 적절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윤석빈<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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