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원의 빛

2019-07-16 (화) 07:29:00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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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를지(Terelji) 국립공원의 상징 거북이 바위 아래에서
말을 타고 산길을 가다보면
돌산 위에 서있는 라마 명상의 절을 바라보게 된다.
말에서 내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야생화가 손님을 반기고
거기 천진한 두 어린아이들이 꽃을 꺾어 산길을 오르는
내 딸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전한다 .
그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는지, 몽고에서 왔는지 모른다.
외모가 다 같은 몽골족,
다섯살, 여섯살 아이들에게 언어의 장벽은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꽃을 꺾어
아리아팔라(Aryapala) 절에 오르는 방문객에게
수줍게 전하는 자비,
누가 시킨 일 아니다.
하늘의 뜻, 아니겠습니까
바로 부처님의 말씀 아니겠습니까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야생화에서
번져나오는 순수의 행복,
꽃을 선물하는 부끄러운 아이들,
고통과 고통 사이 잠깐 간이역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
징키스칸의 거대한 기마동상보다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보다
더 잊을수 없는 아이들
하나님, 저들을 축복하소서!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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