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주한인이민사 박물관을 방문하고

2019-07-15 (월) 신석호/ 공인회계사
크게 작게
친구 2명과 미주한인이민사 박물관을 구경가게 되었다. 맨하탄에 나올 때마다 별로 갈 일이 없었던 뉴욕한인회관, 수년만에 와보니 입구부터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6층 엘리베이터가 열리니 1372년에 만들었다는, 금속활자로 만든 책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리관 안에 잘 보관되어서 우리를 맞이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기증품이다.

김민선 박물관장과 큐레이터가 입구에서 우리 세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2019년 3월1일 문을 연 미주 한인이민사 박물관은 한인 기부금 100만달러, 한국정부 지원금, 그리고 독지가들의 역사 자료 및 고미술품 기부로 이루어 졌고, 뉴욕한인회와는 별개의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인회관 6층에 총 6000 SF를 차지한 박물관은 과거관/현재관/미래관으로 되어있다. 미래관은 한인의 새로운 희망과 의지를 다지고, 정체성을 심어주고, 세대를 잊는 가교 역활을 해내길 기대한다.”고 김 박물관장은 소개했다.

또한 앞으로 정부기금 확보 및 펀드조성이 관건이고 지속적인 운영수입원의 확보, 뉴욕한인회의 일과 이민사 박물관의 일이 잘 구분되어서 서로 상생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먼저 과거관을 보았다. 1903년 갤릭호를 타고서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로 온 한인들이 있었지만 이민 역사가들은 서재필박사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1890년을 미주한인사회의 형성 시작으로 보며, 그러면 내년 2020년이 미주한인사회 설립 130주년이 되는 셈이다.
1883년 조선 보빙사절단이 당시 체스터 아더 대통령을 알현하는데 악수를 하려는 대통령에게 큰절을 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더불어 인디펜던스 신문이 보도를 하였다. 조선시대 사랑방을 재현한 민속관은 이재록/편신자 부부가 38년간 미전역 경매를 통해 수집한 110점의 주칠 이천, 물죽도, 조선시대 산신도, 죽절 상문갑, 나막신, 사방택자 등 한국 고미술품과 유물로 방을 꾸며서 마치 역사를 뒤로해서 조선시대에 들어온 기분을 주었다.


1883년부터 시작된 한미외교 역사 시작으로 시대별 미주한인 이민사회의 주요사건과 활동이 영문과 한글로 되어있다. 플러싱에 한인들이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1964년 세계박람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윤문영/ 송종국씨가 기증한 당시 여권과 건강증명서 출입국 증서도,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선글래스도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관에는 현재 미국의 주류사회에서 일하는 인물들로 국무부 법률고문 고흥주, 뉴욕주 최초의 한인여성 판사 주디김, 뉴욕주 최초의 한인판사 대니전, 뉴저지 에디슨 시장 최준희, 뉴욕주 최초의 한인 하원 론김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봉제공장에서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자녀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힘든지도 모르고 일하던 우리들의 어머니들, 청과상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일군 우리들의 아버지, 형님들,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뚫고서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학자, 직장인 사업가들이 즐비하다. 이 모든 이들이 현재관의 주인공들이다.

미래관에서는 우리 또한 우리의 후손들이 어떻게 이민사를 펼쳐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주고있다. 그렇다. 역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자녀들과 함께, 혹은 한국에서 친지/친구가 왔을 때, 외국인 친구들 하고 찾아가서 소개하고 느끼고 즐기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마음을 다독거릴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역사를 보전하고 만들고 미래를 구상할 우리의 구심점인 박물관이 생긴 것이다.

<신석호/ 공인회계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