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구입할 사람은 다 구입했나?

2019-07-11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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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소유율 상승… 주택 거래 정체’등 변화 조짐 뚜렷

▶ 신규주택 공급 부진으로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주요인

주택 구입할 사람은 다 구입했나?

주택 소유율이 최근 다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AP]

주택 시장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주택 거래와 주택 가격이 예년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보유 중이라면 주택 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충격을 피해 갈 수 있다. 10년 전 미국 주택 시장 발 금융 위기가 글로벌 경제 침체를 몰고 왔듯 주택 시장에 의한 경제 침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하버드대학 주택 공동 연구 센터’(Harvard‘s 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가 발표한 ’연례 주택 시장 현황 보고서‘(Annual State of the Nation’s Housing Report)를 정리했다.

▶ 주택 소유율 회복

지난 2년간 주택 소유율이 상승한 덕분에 2018년 주택 소유율은 약 64.4%를 기록했다. 약 160만 신규 가구가 주택 보유자 대열에 합류한 결과로 전년대비로는 약 0.5% 상승한 수치다. 대규모 주택 압류 사태로 곤두박질친 주택 소유율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 소유율 회복세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꾸준한 주택 시장 회복세로 주택 소유율은 1985년~1995년 수준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대니얼 맥큐 하버드대 주택 공동 연구 센터 디렉터는 “집값 폭락, 소득 감소로 주택 소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라며 “경제 회복에 따른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능력 개선이 주택 소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밀레니엄, X 세대’, 주택 소유율 상승 주역

최근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와 X세대가 주택 소유율을 끌어올린 주역이다. 2016년과 2018년 사이 두 세대는 약 110만 채의 주택을 신규 구입하면서 주택 소유율 상승을 이끌었다. 맥큐 디렉터는 “젊은 세대가 결혼 및 자녀 출산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첫 주택 구입자 그룹층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소유율 상승이 주택 가격 급등 현상과 동시에 발생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2012년 약 1,176달러(인플레이션 감안)에 불과했던 월 모기지 페이먼트 중간 금액은 6년 만인 2018년 약 1,775달러로 약 51% 치솟았다. 대니얼 헤일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급등에도 주택 소유율이 오른 것은 미국인들이 ‘내 집 장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 주택 세입자 수 감소

주택 보유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주택 세입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 세입자 수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주택 세입자 수는 전년보다 약 11만 명 줄어 약 4,320만 명으로 감소했다. 주택 세입자 수는 2017년까지 약 12년 동안 매년 약 85만 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한 바 있다. 세입자의 소득 증가와 치솟는 임대료가 주택 세입자 감소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주택 임대료는 매년 고공행진을 거듭하면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약 3.8%, 약 3.6%씩 올랐다.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은 고정 비용인 반면 주택 임대료가 세입자 주거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득이 증가로 세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늘면서 주택 세입자 수는 반대로 감소하고 있다. 주택 세입자 중 약 25% 이상의 연 소득은 약 7만 5,000달러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산층(연 소득 약 4만 5,000달러~약 7만 5,000달러) 세입자의 주거비 비율이 높은 폭으로 오른 점도 임대 대신 구입을 결정하게 하는 요인이다. 중산층 세입자 중 주거비 비율이 30% 이상인 비율은 2001년 약 13%에서 2018년 약 25% 급등했다.

▶ 신규 주택 공급 지지부진

주택 수요가 탄탄하지만 신규 주택 공급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18년 신규 주택 완공 건수는 전년보다 약 2.8% 증가한 118만 유닛으로 집계됐지만 연간 대비 증가율은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맥큐 디렉터는 “주택 시장 회복세가 8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 주택 공급은 정상 수준의 약 7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을 마음껏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건설용 부지 가격 상승, 까다로운 허가 절차, 노동 인력 부족 등의 요인 때문으로 신규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신규 주택 공급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인구 유입 현상이 뚜렷한 서부 지역은 신규 주택 공급이 전년대비 약 7% 증가했다. 건설용 부지가 충분하고 주택 시세도 비교적 낮은 남서부 역시 신규 주택 공급이 작년보다 약 5% 늘었다. 반면 북동부와 중서부의 경우 각각 약 1%, 약 4%씩 감소했다.

▶ ‘작은 집’ 공급 절실

첫 주택 구입자들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주택 구입을 선호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 업체들 사이에서 작은 집보다는 큰 집을 지어서 분양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1999년에서 2001년까지만 해도 면적이 약 1,800평방 피트 미만인 단독 주택의 비율은 약 32%로 충분했지만 이 비율은 지난해 약 22%로 떨어졌다.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의 면적을 늘리는 것은 작은 집보다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어서다. 맥큐 디렉터는 “작은 집에 대한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건설 업체들은 작은 집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주택 거래 회복에 어려움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재판매 주택 거래량은 약 530만 채로 2017년(약 550만 채)보다 약 20만 채 감소했다.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 현상도 이미 ‘옛일’처럼 사라졌다. 지난해 주택 거래는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한 연말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당시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주택 구입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주택 거래가 실종되다시피했다.

이후 주택 매물이 서서히 증가했지만 주로 75만 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 매물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가격은 현재 거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에만 해도 약 6.5%의 상승률을 나타냈던 주택 가격 상승폭은 연말 약 4.6%로 떨어졌다.(S&P/케이스 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 리얼터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매물의 중간 리스팅 가격은 약 31만 달러 수준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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