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집 사면 자녀 명문대 합격’… 70만 달러 넘게 팔린 매물

2025-04-10 (목)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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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주인 자녀들 명문대 입학 사실 홍보

▶ 주택 시세 높지만 명문대 입학과 별개

‘이 집 사면 자녀 명문대 합격’… 70만 달러 넘게 팔린 매물

우수한 학군에 위치한 주택은 시세가 높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수 학군에 집을 마련한다고 해서 자녀의 명문대 진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

미국인들에게 내 집 마련과 함께 이루고 싶은 아메리칸 드림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다. 아이비리그 대학 등 명문대 합격을 위해 자녀와 함께 노력하는 부모가 많다. 부모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우수한 학군에 위치한 집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은 집을 찾을 때 학군을 우선순위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수한 학군, 또는 그 지역 내 특정 주택을 구매한다고 해서 자녀의 명문대 입학 보장되는 것일까? 최근 북가주의 한 매물이 셀러의 자녀들이 명문대에 합격한 사례를 언급해 리스팅 가격보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팔린 사례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 시세보다 70만 달러 비싸게 팔려

지난달 북가주 팔로 알토 시에 나온 매물이 시세보다 무려 약 70만 달러나 비싸게 팔려 부동산 업계에서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490만 달러에 나온 이 매물은 규모가 꽤 큰 저택으로 매물 설명란에 이 집의 자녀들이 합격한 대학들을 언급해 순식간에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 네티즌이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캡처에 따르면 매물 설명란에는 “전설적인 성공 역사가 전해 내려오는 집. 2017년 재건축한 이후, 모든 주택 소유자의 자녀들이 하버드 또는 스탠포드에 입학하며 더 큰 성공의 길을 열었다. 이제 이 특별한 에너지를 다음 가족에게 넘겨줄 준비가 되었다”라고 적혔다.

침실 5개, 욕실 3.5개를 갖춘 스페니시 스타일의 이 매물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바이어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다. 결국 매물은 나온 지 하루 만에 구매 계약이 체결된 ‘펜딩’(Pending) 상태로 전환됐고, 이와 함께 매물 홍보란에 있었던 하버드나 스탠포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는 아마도 레딧이나X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매물 홍보 방식에 대한 악평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지역 언론의 연락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으나 이 매물은 얼마 안 가 리스팅 가격보다 무려 71만 2,000달러 높은 약 560만 달러에 매매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팔로 알토의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실리콘 밸리 주택 시장에서 학군은 바이어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이라며 “만약 그 학군의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의 합격률이 높다면 자녀의 교육 조건을 중시하는 바이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매물 조건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대부분 바이어, 집 볼 때 학군 고려

어린 자녀를 둔 바이어들은 학군을 중요한 매물 조건으로 고려하는 데 이는 여러 조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2023년 ‘주택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바이어의 절반 이상이 주택 구매 시 학군 수준을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그러나 바이어들이 우수한 학군에 위치한 주택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자녀 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우수한 학군에 위치한 주택이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효과가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공립학교에 1달러의 교육 예산이 지출될 때마다 주택 가치는 약 20달러씩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화제가 된 매물이 팔린 팔로알토 시의 올해 2월 주택 중간 가격은 412만 9,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약 15.5%, 5년 전과 비교할 때는 무려 38%나 상승했다. 온라인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한나 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평판이 좋거나 등급이 높은 명문 학교가 있는 지역에 바이어들이 몰리는데, 이런 지역은 대개 매물이 제한적이라서 주택 가격이 지속해서 오른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평가 등급이 9점~10점인 상위권 공립 초등학교 인근 주택의 시세는 같은 카운티 내 다른 주택보다 평균 78.6% 더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군이 우수한 지역의 주택 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장점이 있지만, 구매 시 여러 불리한 점도 감수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원하는 주택 조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얼터닷컴의 작년 조사에 의하면 우수 학군 지역에 주택을 구매한 바이어들은 벽난로, 차고, 수영장, 지하실 공간, 중앙 냉방 시스템 등을 포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녀를 위한 우수한 학군이 우선순위라면 주택 크기, 건축 연도 등의 조건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이 집 사면 자녀 명문대 합격’… 70만 달러 넘게 팔린 매물

북가주 한 매물의 셀러가 자녀의 명문대 입학 사실을 매물 홍보에 활용해 리스팅 가격보다 무려 약 70만 달러나 높은 가격에 집을 팔았다. [로이터]


▲ 우수 학군 명문대 보장하지 않아

우수한 학군이 있는 동네에 집을 마련하면 자녀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문대 입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화제 매물이 팔린 팔로알토 시 학군에는 전국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헨리 M. 건 고등학교와 팔로알토 고등학교 등 공립 고등학교가 2개 있다.

학교 정보 사이트 ‘그레이트 스쿨스’(GreatSchools.org)에 따르면 팔로알토 고등학교의 경우 주요 시험 성적, 학생의 진척도, 대학 준비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점수에서 상위에 속하는 9점(10점 만점)을 받았다. 팔로알토 고등학교가 발표한 대학 진학 현황에 의하면 2020년~2024년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68명으로, 이 중 15명은 브라운 대학교에 입학했고 하버드 대학교 입학생은 4명이었다.

아이비리그 대학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뉴욕 대학교, 노스이스턴, 버클리와 같은 기타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는 학생들은 인근 UC 샌타바바라, 캘폴리 샌루이스 오비스포,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 등에 진학하는 것으로도 집계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학군이 우수한 지역에 주택을 구매하면 여러 장점이 있지만, 자녀의 명문대 입학은 지역보다 자녀 자신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며 “특히,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팔로알토와 같은 지역에는 똑똑하고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교육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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