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보여요
2019-06-26 (수) 07:33:27
이정자 워싱턴문인회
지난여름
나는 숲속 외딴집을 들락거리는 작은 풀 여치 한 마리 같다는 생각을 하며 높은 울타리처럼 버티고 선검푸른 숲에 주눅이 들어 서쪽으로 창을 낸 내 집이 지루하고 답답했었는데요
어느 듯 가을 깊어 화려하게 변신해 가던 숲, 무시로 굿판벌인 무당처럼 한바탕 광란의 춤을 추고는
우수수수 우루루루 낙하하는 잎새들
그 또한
왜 그리 서럽고 하염없던지요
드디어
숭숭 구멍 뚫려가는 우듬지 가지사이로 불타오르는
저녁노을 불그레 얼비치는 하늘 끝
그 황홀함에 넋을 놓고
한참을 우두커니가 되는데요
스멀스멀 내리는 어둑살
띄엄띄엄 창가에 내걸리는 알전구들
졸린 듯 가물거리는 불빛아래 이슥토록 무슨 얘기 그리 깊은지 도란도란 어른거리는 낯익은 실루엣
내일아침 눈뜨면
따뜻한 차 한 잔 보온병에 담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정겨운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 볼래요
<이정자 워싱턴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