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운(戰雲)은 걷혔는데

2019-06-24 (월) 07:19:44 이경주 일맥서숙 문우회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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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불화음이
노구의 마디마디에
송곳질 한다

수류탄을 투척하던 손목에
방아쇠를 당기던 손가락에
적진을 단숨에 뛰어 오르던 무릎에

해동에
얼음 깨지는 소리 같이
움직일 때마다
박격포성 같은 ‘이이고’가


전운이 걷힌 지 반백년
전쟁으로 찢어진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호국의 훈장은 녹이 쓸고
살아남은 인생이 죄 같아서
비목도 없는
6월의 대지에
지천으로 피 야생화
전우의 넋을 그리며
“전우야 잘 자라”

그래도
기필코 다가 올
통일의 축배를 높이 들려는데
6.25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장미꽃이 되고
치매 병동의
적폐(赤吠)의 달나라엔
5.18, 세월호 천둥번개를 품은 먹구름이
암혹(闇惑)케 용사의 혼을 욕되게 하니

서럽다
억울하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던
애국의 충혼(忠魂)들의
장렬한 돌격의 함성이
전운이 걷힌 6월의 녹색들에
아스라이 들려온다

<이경주 일맥서숙 문우회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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