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나는 어떻게 살라고!

2019-06-19 (수) 고인선 / 뉴저지 팰팍
크게 작게

▶ 독자·문예

▶ -6.25 전쟁 흥남부두 철수 장면 당시

이게 웬일인가 산천은 변함없는데
주인도 날 버리고 마을 사람들 어디로 피난 가는가
평소 같으면 서로 나를 끌고 갈 터인데...
우리가 못본 체 짐보따리 메고 지고 어디로 가는가
내가 몸집이 커서 그런가 주인 따라가는 개가 부럽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라고

산과 들에 마음껏 풀 뜯어먹고 살 수는 있지만
내 평생 충성한 그 주인 어디로 갔을까
울며 불려 불러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나는 사상도 모른다 자유가 무엇인지로 모른다
오직 죄 짓지 않고 충성했는데
이렇게 버리고 못본 체 어디로 갔을까

혹시 다음에 찾아와서 나를 찾을까 걱정된다
전에 먹고 자고 일하던 곳 떠나면 안되겠지
혹시라도 떠나가는 저 배가 나를 태워준다면
고마워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겠지
저 바다만 아니면 걷고 뛰고 따라가고 싶다

그러나 나는 내명대로 살고싶다, 오래 오래
총소리 멈추고 산천이 조용할 때
떠난 주인, 동네사람 다시 돌아올 때까지

<고인선 / 뉴저지 팰팍>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