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방

2019-06-18 (화)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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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한 1년 전부터 오른쪽 신장부분과 갈비뼈 안쪽에 통증이 있었다. 매일 있는 게 아니라 어느 날은 있고 또 갑자기 사라졌다 하는 간헐적 통증이다. 게다가 아프다가 뻐근하게 눌리는 느낌, 마비되는 느낌 등 다양했다.

지인들의 충고를 따라 이번엔 의사를 만나기로 했다. 미국에선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의사를 수소문하고, 그 의사가 내 의료보험을 받는지 확인 후 약속을 잡으면 최소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응급실에 가면 생사의 문제가 아닌 이상 대기실에서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 응급실 갈 정도의 상황은 아니고 하지만 아프고. 큰맘 먹고 의사와 약속을 잡았다.


내친김에 초음파까지 마쳤다. 다행히 모든 건 정상이었다. 내 신장 근처 통증은 무리한 덤벨 운동에 의한 근육통이 아니겠냐란 결론이 내려졌다.

엊그제 친구를 만났다. 대화 도중 결석 통증을 듣더니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있잖아, 기분 나쁘게 생각 말고, 내 친구도 자기 같은 증상이었는데 검사하면 다 정상이고 하다가 췌장암으로 판명 났거든. 젊은 나이에. 그러니 이번에 혹시 모르니 췌장 MRI나 CT 찍어서 꼭 확인해.”

의료에선 예방이 최선이다. 그뿐 아니라 삶에서도 모든 일에 예방이 최선이다.

예전에 살던 필라 대학병원 주차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밤 근무하러 주차장에 주차하던 간호사를 도둑이 죽이고 가방을 뺏어 도망간 것이다. 다운타운에서 여름에 창문을 내리고 운전하던 친구 옆 좌석의 가방을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창문을 통해 들어온 남자에게 뺏겼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밤 근무 시 되도록 병원 문 근처나 밝은 곳에 주차하고, 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덕분에 필라에서 성희롱 2번만 당하고 목숨과 지갑은 부지했다.

친구의 충고도 있고 해서 다시 의사와 약속을 잡았다. 이번엔 좀 더 적극적인 질문을 위해서 췌장암에 관해 공부를 했다. 췌장암 진단에는 MRI나 CT가 사용되고, 초음파는 췌장 위치 때문에 암 진단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이 찜찜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 의사에게 CT나 MRI 찍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데 증상이 너무 모호해서 보험회사에서 허락을 안 할 것 같았다. 보험회사의 허락을 받기 위한 단서를 찾다가 ‘메디텔’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아는 선배가 췌장암 전문가로 나와서 설명하는 동영상을 봤다. 열심히 듣다 보니 모든 암의 특징 증상인 ‘체중감소’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박혔다. 좀 나와 거리가 먼 단어이지만 혹시 몰라 동생에게 물어봤다.

동생이 뼈아픈 소리를 한다. “언니 내가 좀 정직하게 말할게, 언니 좀 심각하게 거대해. 체중감소랑 전혀 거리가 멀어. 이참에 커피도 줄이고 체중도 좀 줄여봐.” 동생 덕분에 고민에서 좀 자유로워졌다. 그렇다면 내 통증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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