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음을 준비한다

2019-06-14 (금)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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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고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괴롭고 두려운 일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우리는 늙고 병들고 죽는 것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피하거나 부정한다면 마음 깊은 곳 평화와 행복은 없을 것이다.

최근에 문병을 다녀왔다. 노인은 침대에 누워 계셨다.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데 운동을 싫어하셨다. 가만히 있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 상황에 준비가 없으면 고통이 더 큰 것 같다. 죽음은 어떻게 맞이할지!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다. 죽음에는 깊은 신비와 지혜가 담겨있다고 한다. 가을의 그윽한 향과 맛을 내는 과일과 같은 죽음을 맞이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종교적 믿음과 수행은 한 편으로 죽음에 대한 준비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진지한 탐구는 죽음의 준비다.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가 되자 스스로 음식을 끊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진지한 삶을 통해서 죽음을 잘 준비한 사람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적 믿음과 실천으로 죽음을 준비한다.

정토마을 자재요양원을 세운 능행스님의 <숨>이라는 책에는 30년 동안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을 한 보살님 이야기가 나온다. 췌장암인데 고통이 전혀 없었다. 염불을 하면서 “아미타 부처님이 오셨어요. 금색 광명이 환하게 나를 비추고 있어요. 스님, 다음에 극락에서 만나요.” 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바르게 지혜롭게 산다는 뜻이다. 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몸과 정신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 하나가 ‘알아차림’이라고 생각한다.
지혜는 있는 그대로 보는데 있다. 그대로 바르게 보는 데는 ‘알아차리는 것’이 바탕이 된다. 특히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생각이나 감정에 지배되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또 알아차리면 몸과 정신을 다스릴 힘이 생긴다. 화가 일어나기 전에 알아차리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알아차리면 그 생각에서 빠져나와 운동을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답답한 마음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면 답답한 마음을 놓아버리고 평온한 마음이 될 수 있다. ‘알아차림’은 일상 생활에 매우 유익하며, 잘 계발하면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 열린다.

‘알아차림’은 항상 깨어 있어서 마음이 일어날 때에 끄달려가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가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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