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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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장미처럼

2019-06-11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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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턱으로 성큼 들어선 6월이다. 이 6월에는 어느 곳에서나 장미꽃을 볼 수 있다. 장미는 5월이라지만 6월 그 아름다움이 절정이다. 동네 정원에 빨강, 분홍, 주황, 노랑 등 울긋불긋한 장미꽃들이 노닐고 있다. 장미는 바람이 불면 연신 고개 숙여 우리를 반긴다. 첫 사랑을 나누던 연인같은 모습으로 다가와 유혹의 손짓도 보낸다.

우리집 앞 정원의 장미나무에도 빨강, 분홍색 장미꽃들이 활짝 피었다. 며칠 전 만해도 작았던 몽우리마저 만개해 성숙미를 뽐낸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장미의 유혹에 이끌리다 보니 어느 누구하고 라도 사진 한 장 찍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서로 가까이 붙어서 찍는 사진. 함께 포즈를 취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사진은 가슴을 뛰게 한다. 누군가의 큰 가슴에 안겨 있는 듯한 편안함도 깃든다. 참으로 6월의 장미는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고 감상적으로 만드나 보다.

장미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때 장미를 선물한다. 연인의 생일이나 기념일 꽃으로도 장미가 으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장미를 바치기도 한다. 가장 기쁜 날과 슬픔의 날에 동시에 사용하는 유일한 꽃이 장미인 셈이다.


장미는 영적으로 모든 종교와 연결되어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중요하게 여겼다. 원종의 장미는 홑꽃으로 꽃잎이 5잎이다. 이 다섯 꽃잎이 기독교의 ‘성스러운 5’라는 신앙과 연결 지어져 기독교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5곳에 상처가 났기 때문에 5라는 숫자를 ‘성스러운5’로서 신성하게 여겼다. 기독교에서 장미는 그리스도의 피에서 유래된 은총, 자선과 순교를 의미한다. 백장미는 동정녀 마리아의 순진, 청결, 정조 등과 연관이 있다. 이것은 천국의 꽃이며 아름다움, 완벽과 향기를 나타낸다.

황금장미는 교황의 표지다. 천주교에서 한 때 장미의 열매를 줄로 매달아 묵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집트인에게 장미가 육체적 욕망이 없는 순수한 사랑을 의미하는 풍요의 여신 이시스와 연관을 지었었다. 유대인들은 장미를 생명수의 일부로 여기고 있었다. 이슬람교에서는 장미가 예언자의 피를 상징한다.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 한다. 그 요염하고 정열적이며 아름다운 자태 때문이다. 보드라운 겉 꽃잎이 속 꽃잎을 살포시 감싸며 꽃잎 끝을 뒤로 살짝 젖혀 겹겹이 피어난 장미. 그 장미 한 송이마다 우아하고 매혹적인 자태는 감히 어떤 꽃도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아주 은은하면서도 기품 있는 그 상큼한 향기는 어느 꽃도 넘보지 못한 고고한 향이다. 6월을 수놓고 있는 이 장미로 하여 하루하루는 더욱 싱그럽고 화려하다. 장미는 가시가 있기에 벌레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줄 안다. 가시는 누구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도도한 아름다움이다. 인생의 모든 가시도 마찬가지 일 게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은 하루의 일과를 텃밭과 화단에 물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마다 화단에서 만나는 장미는 온갖 스트레스를 ‘훅’ 날려준다. 삶에 찌든 마음도 한결 가볍게 해준다. 마음에 위안을 주고 편안하게 해주기에 고마움을 느낄 정도다.

6월의 장미를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니 지나가는 하루 하루를 달래준다. 오늘 하루는 남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위로 받기 보다는 위로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서 만나는 이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편안하게 하려한다. 항상 웃는 표정으로 대하고 싶다. 삶에 지친 모든 지인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일 뿐이다.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꼭 나서서 폼을 재지 않아도 된다. 좋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잘 지키고 가꾸고 있으면 된다. 우리 주변에는 삶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서로서로가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는 일이다. 가슴으로 바라 볼 수 있어야 머리가 쉬어 진다. 폼만 재지말고 6월의 장미처럼 아름다운 가슴으로 살아야 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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