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들의 살 길

2019-06-05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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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출판계의 거물 헨리 루스는 1941년에 드디어 미국의 세기가 도래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1980년대가 되자 여러 전문가들은 베트남 전쟁과 경제침체, 지나친 대외 팽창주의 등에 발목이 잡혀 루스가 내다본 전망은 이제 시간이 다 됐다고 진단했다.

로마는 공화국과 제국으로 1000년의 기간을 융성하게 이어갔는데, 미국은 불과 반세기밖에 안돼 빛을 바래고 있느냐고 개탄하고 나온 것이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는 미국인들 과반수가 미국의 위력과 위상이 더 이상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최근 미국과 중국간의 치열한 무역전쟁을 보면서 일찍이 내다본 이들의 전망과 분석을 떠올려보게 된다. 세계 제1차 대전의 발발은 독일이 부흥하자 영국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빚어진 것이었다. 지금처럼 갈수록 급부상하는 중국의 위력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을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조건이라 도전가능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중국이 앞으로 100년이상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넘보기 위해 도전장을 쉬지 않고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중국은 최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서자 이에 질 새라 자신들도 600억달러 어치 미국산 물품에 추과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보복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양국의 극심한 무역분쟁이 자칫 전쟁으로 까지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년 8∼9%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이 세계 제1위 자리를 넘보면서 미국에 쉬지 않고 태클을 걸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불안한 정치상황, 고위층의 극심한 부패 등 여러 여건에서 미국을 따라잡기는 그다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은 광활한 국토, 무궁무진한 천연자연, 3억의 인구, 수많은 고급두뇌와 함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이 세계 어느 나라도 필적할 수 없는 나라이다.

우리는 이런 세계 최강국에 살고 있다. 하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라 할까.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갈수록 가속화하면서 소수민족들의 삶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색인종은 이 땅에 발을 딛고 편안하게 살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소수인종을 위한 정책이나 베네핏이 점점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심지어 이 땅에 사는 영주권자들에게 시민권도 주기 아깝다는 것인지, 트럼프 정부 2년 사이에 시민권 신청 탈락자가 역대최고로 9만2,700명이 퇴짜를 받고 영주권카드 재발급 거부도 늘고 귀화 승인율도 5년새 최저를 기록, 이민자들이 도무지 마음 편히 살 기분이 들지 않는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모여진 거대한 힘을 통해 약한 입지를 채워 나가면서 삶을 지켜나갈 수밖에 없다. 그 길은 상당수 한인들의 관심밖에 있는 정치력 신장이다. 선거 때마다 한인사회 곳곳에서 부르짖는 정치력 신장, 즉 막강한 투표율과 우리의 어려움을 대변해줄 한인정치인의 배출이다. 이 땅의 힘없는 한인들이 만사를 제치고 챙겨야 할 사안이다.

유권자등록을 빠짐없이 하고 선거당일 너도 나도 투표장에 몰려가 한인들의 표의 힘을 보인다면 어느 누구도 한인을 힘없는 민족으로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이것이 나와 내 가족, 후세대가 마음 놓고 편히 이 땅에서 당당하게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투표 이후 보면 한인들의 상당수가 외면한 사실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말했다. “우리들은 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로서 멸망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나는 과연 어제 실시된 뉴저지주 예비선거 투표장에 나가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당당하게 행사했는가. 누군가는 분명 투표를 외면하고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이 땅에서 꿈이 있고 미래가 있는가 확실하게 묻고 싶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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