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 필요한 것은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

2019-06-01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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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유민의 자식으로 당나라의 천대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전장에 나가서 당 황제를 위해서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20세에 장군이 되었고, 유일하게 서역원정을 성공시킨 고선지 장군이다. 이후 승승장구하여, 서역의 당나라 속국들의 당에 대한 조공과 충성도를 관리하는 안서절도사라는 오늘 날의 총독과 같은 자리에 올랐지만, 안록산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모함에 걸려 그를 총애 했던 당 현종에 의해 참수를 당했다.

고선지 장군보다 앞서서 중국의 여황제 측천무후 시대 당의 속국을 거부하며 당을 괴롭히던 티베트를 제압하고 승승장구 했던 백제 출신의 장군이 있었다. 의자왕과 함께 포로가 되었다가 10여명의 장수들과 탈출하여 백제부흥 운동을 하면서 당나라를 곤경에 몰아넣었던 그가 당으로 돌아서서 백제 부흥군을 진압하고 당의 장수가 되었다. 바로 흑치상지 장군, 측천무후의 선봉장이 되어 티베트와 돌궐(투르크, 터키)의 침입을 격파하였다. 그러나 돌궐과의 전투에서 발생한 부하의 공명심으로 상당수의 병력을 잃게 되자 반역을 모의했다는 모함으로 참수를 당했다.

이 두 장군 모두 나라를 잃고 수많은 전장을 다니며 변방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삶을 살았다. 전공을 인정받았지만 당의 수도 장안에서의 편안한 벼슬은 그저 꿈이었다. 패망국 출신으로 늘 가장 험악하고 위험한 전장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공을 세웠어도 한순간 실수에 그들은 수많은 전공에 아랑곳 없이 참수를 당했다. 이렇게 어이없이 그들이 무너지게 된 것은 당의 수도 장안에 이들을 돌봐줄 비빌 언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안의 권력자들에게 이들의 용맹은 그저 눈요기에 지나지 않았고 조그마한 실수는 반역으로 간주되었다.


인간 세상이란 늘 그랬다. 인물이 아무리 출중해도 그가 소수계라는 이유하나로 늘 저평가 되었다. 그래서 소수계는 이를 악물어야 하고 용감해야 하고 전체를 위한 목숨 건 싸움을 해도 응원을 기대할 수 없고 승리를 해도 늘 뒷짐 지고 있던 다수계에게 그 전공을 빼앗겼다. 소수계 출신으로 어떤 지위에 오른다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능력과 배짱 그리고 용감함이 있어야 한다.

지난 2018년 뉴저지 선거에서 공화당의 안방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30대 중반의 아시아계가 다수당이면서 집권당 안에서도 선봉대장이었던 의원을 개인의 능력으로 무너트리고 민주당 연방의원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앤디 김이다. 그 앤디 김이 뉴욕의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밀집지역인 퀸즈 플러싱을 그레이스 맹 의원의 초청으로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레이스 맹(뉴욕 6선거구) 의원은 연방의원을 하기에 너무나 뛰어난 앤디 김이 내년 선거에 나서는데 벌써 부터 공화당이 탈환해야 할 전략 지구로 앤디 김을 정조준 하고 있다고 했다.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앤디 김을 돕기 위해서 초청을 했다고 했다.

앤디 김, 시카고대학을 나와서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외교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젊은 나이에 백악관에서 대통령 자문을 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의 전략 자문도 했다. 물론 이렇게 뛰어난 앤디 김도 쉽게 당선 가능한 민주당 텃밭에는 감히 얼씬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자란 고향, 공화당 텃밭인, 중부 뉴저지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적장의 목을 치고 연방의원이 되었다.

앤디 김보다 앞서 뉴저지 에디슨 시장으로 당선이 되었던 용감한 준 최라는 정치인도 있었다. 또 한사람의 용감한 도전자인 로이 조는 뉴저지 공화당 텃밭에서 6선의 스콧 가렛의 힘을 완전히 빼 놓았지만, 그 열매는 중앙당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은 조쉬 갓 하이머가 가져갔다. 정말 홀홀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었던 이들이 결국 믿을 수 있는 비빌 언덕은 자신의 커뮤니티 밖에 없었다. 앤디 김은 중부 뉴저지 제 3선거구를 대표하지만 소수중 소수인 200만 미주한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연방의원이다. 그를 지키기 위한 한인들의 노력이 절실한 때인 것 같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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