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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자기절제 수행…30일간 기도·금식 이어져

2019-05-31 (금)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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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교 가장 성스러운 기간 ‘라마단(Ramadan)’

자비와 자기절제 수행…30일간 기도·금식 이어져

라마단 기간을 맞아 세계 각국의 무슬림들이 사원에 모여 기도 의식을 치르고 있다. [AP]

물욕· 거짓말· 험담· 싸움· 분쟁 · 질투· 흡연 등 금지
미국 라마단, 내달 4일 끝남과 동시에 축제 시작
유대인, 무슬림에 가장 친근 …백인복음주의자 가장 부정적

이슬람의 금식 성월인‘라마단’이 마지막 날을 향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라마단을 엄숙히 지내는 무슬림 이웃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기독교, 불교, 가톨릭 등 자주 그리고 오래 접한 이웃종교만큼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비슷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또 다른 이웃종교인 이슬람교를 라마단을 통해 들여다보며 이해도를 높여보자.

■ 라마단(Ramadan)이란?
이슬람 달력을 기준으로 아홉 번째 달의 첫날부터 30일간 이어지는 금식 성월이다.
이슬람에서는 가장 성스러운 기간이며 무슬림이 지켜야 하는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다. 연중 가장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고 낮에는 하루 다섯 차례 시간을 정해 기도해야 한다. 금식은 신에 대한 순종과 더불어 인내와 자제력을 기르면서 자기반성을 통한 종교적인 헌신과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자는 의미와 목적을 지닌다. 일출 전에는 ‘사후루(Sahur)’로 부르는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고 일몰 후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성대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 환자, 임산부 등은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모자라는 금식 일수는 나중에라도 반드시 채워야 한다.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들은 코란(또는 쿠란)을 통독해야 한다. 낮 기도와는 별도로 ‘타라위(Tarawih)’로 부르는 저녁기도회에서 코란을 낭독하기도 한다. 라마단은 기도와 금식 이외에도 자비를 베풀고 자기절제를 수행하는 기간이다. 때문에 노숙자를 돌보거나 다양한 기부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또한 흡연은 물론 부부관계도 금하고 물욕 추구 활동을 최소화하며 거짓말, 험담, 싸움, 분쟁, 질투도 금지다.

■ 세계 각국의 라마단 풍습은?
미국 무슬림의 올해 라마단은 5월6일 시작해 6월4일 끝남과 동시에 축제가 시작된다. 반면 말리는 5월5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기타 이슬람권 10개국은 5월7일 시작했다.
기간이 제각각인 이유는 지역마다 달이 뜨고 채워진 후 다시 지는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2020년도 라마단은 4월24일 시작한다. 라마단은 27일째 날부터 마지막 사흘을 가장 절정으로 꼽는다. 올해는 6월2, 3, 4일이 절정이다. 이는 마호메트, 모하메드, 무하마드, 모하마드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알라 신의 계시를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천국 문이 열리고 악마들은 사슬에 묶여 지옥문은 닫힌다고 믿는 라마단 기간 동안 세계 각국 무슬림의 기도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집계를 기준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의 금식 기도가 19.20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런던(18.18시간), 파리(16.54시간), 이스탄불(16.30시간)에 이어 뉴욕은 16.04시간으로 다섯 번째로 길고 호주 멜버른이 11.29시간으로 가장 짧다. 이유는 지역마다 일출과 일몰 시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무슬림 인구는 20억명으로 집계된다. 한국에도 3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국은 인도네시아이며 인구 2억6,000만명 중 87%를 차지한다. 2017년 기준 미국 거주 무슬림 인구는 345만명이다.

■ 이슬람 바람이 새롭게 분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역사상 최초로 2명의 무슬림 여성 연방하원이 탄생한 후 미국 정계에서는 새로운 이슬람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짙어진 반이슬람 정서는 아랑곳없이 연방의회에서는 최근 역사상 최초로 라마단 첫날 첫 금식을 마치고 먹는 첫 식사인 ‘이프타르(Iftar)’ 행사가 열렸다. 무슬림이 대거 참석한 역사적인 행사와는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무슬림이 전혀 없는 별도의 이프타르 행사를 열어 대비를 이뤘다. 미국사회도 마찬가지다. 자기절제의 걸림돌로 늘 금지 대상이던 소셜 미디어가 오히려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을 더욱 단단히 묶어주는 역할로 쓰임 받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라마단 이프타르 프로젝트가 5년 전부터 활발히 이어지고 있고 다양한 모임과 아이디어로 상호 소통하고 있다.

기업들도 무슬림들을 위해 라마단 기간 동안 업무시간을 탄력 있게 조율하고 일출 전과 일몰 이후에만 식사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 식당 영업시간을 늘려 개점 시간은 앞당기고 폐점 시간은 늦추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도 펼치고 있다. 워싱턴 DC를 시작으로 전개 중인 ‘다인 애프터 다크(Dine After Dark)’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라마단 기간 중 프롬 파티를 개최했다가 몰매를 맞았던 브루클린의 학교 사례를 계기로 교육계도 이 기간 중 무슬림 학생들이 기도 의무를 수행하도록 배려 지침을 내리는 등 옹호 활동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 이슬람 혐오증은 해결 과제
최근 ‘사회정책과 이해기구(ISPU)’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무슬림에 가장 친근감을 보인 그룹은 의외로 유대인이었다. 이슬람 혐오 지수를 산출한 결과 유대인의 53%가 무슬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표했고 부정적인 시각은 13%에 불과했다. 반면 백인복음주의자들은 이슬람 혐오지수가 44%로 친근감(20%)의 2배 이상이었다. 이에 대해 ISPU는 무슬림이 가까운 친구일 경우 혐오감이 훨씬 낮거나 약했다는 이유를 근거로 무슬림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이슬람 혐오를 낮추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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