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2019-05-2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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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정보와 지식이 늘어나는 현대사회의 급속도로 치닫는 속도에 관해 거론했다. 실제로 미 버클리대학 정보관리시스탬 대학원 연구원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지식의 양이 국회도서관 크기의 도서관을 100만채나 새로 지어 보유할 정도의 양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후 거의 20년이 다 된 지금은? 이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보유한 시대로, 가히 ‘정보의 홍수’라고 할 만큼의 상황이 되었다.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로도 우리가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 일까. 현실과 미래를 바로 보는 인지능력나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은 불과 반세기 전과 비교해 볼 때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높이 올라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황폐해진 속에서도 오늘날 세계속에 위대한 면모를 당당하게 과시하고 있을 정도로 역동적이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판이 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연일 민생 돌보기는 저리가고 싸움질로 정신이 없어 보인다. 정책마다 서로 비난하기 바쁘고 안 된다 싶으면 제1야당이 국회 밖으로까지 나가 정치권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투쟁을 벌이기까지 하고 있다.

애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현 정권의 정책이 너무 적폐청산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겸허한 태도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지역과 계층, 세대간의 갈등도 해소하겠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피겠다는 등의 다짐을 온 국민 앞에 공언했다.

이에 대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였다면 오늘처럼 파행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라는 분열될 대로 분열되고 경제상황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치와 관계없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나라를 빛내고 있다. 스포츠계는 물론, 후진을 면치 못하던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이제는 어엿한 수출국이 되어 한국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이고 있다.

이번에는 영화계의 거장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 100년 사상 처음 세계 최고의 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따낸 것이다. 20년간 쉬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그의 열정과 노력의 결정체로 한국영화계는 물론,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한국인 모두에게 큰 기쁨의 선물이 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가난한 집에서 온 가족이 봉투를 접어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데, 장남이 명문대 졸업생으로 학력을 위조해 어느 부잣집에 과외선생으로 들어가고 동생, 어머니, 아버지를 차례로 이 집안에 입성시키는데 성공한다. 그후 일어나는 사건의 한 순간순간이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공포와 코믹으로 짜릿하게 전개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빈부 계층간에 파생되는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담은 현실비판의 완성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마침내 세계무대 최고의 꽃으로 활짝 피어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여준 가수 싸이를 비롯, 최근 세계를 들썩거리게 한 방탄 소년단(BTS) 등, 모두 한국인 특유의 지치지 않는 폭발적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지고한 노력과 끈기가 만들어낸 보석같은 결정체다. 이들 덕분에 한국의 이미지가 한껏 고양되면서 한류열풍이 홀씨처럼 세계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조그마한 나라 빈곤국 한국에서 이들이 세계 최정상으로 국익선양의 사절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결과물이다. 이를 보면서 한국의 정치인들은 느끼는 바가 없을까. 언제쯤 한국의 정치권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고 국민을 바로 섬기는 조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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