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세이(許由洗耳), 허유가 귀를 씻다.
허유(許由)는 요순시대의 현인(賢人)이다. 그는 품덕이 고상하고 재간과 지혜가 탁월하기로 소문나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 터이니 줄이면 이렇다.
태평천국이라 하면 ‘요순시절‘을 떠 올린다. 그럼에도 요제(堯帝)는 허유에게 수차례에 걸쳐 임금 자리를 받으라고 하니, 그 때마다 안들을 말을 들었다며 자신의 귀를 씻었다. 거절하는 것조차 귀찮아져서 첩첩산중인 기산으로 칩거한다. “정 그렇다면 9개주 장관이라도 맡아 달라”고 하니, 영수(潁水)물에 또 귀를 씻고 있는데 마침 소에게 물을 먹이려던 친구 소부(巢父)가 귀를 씻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이 번거로움 또한 당신이 자초한 것이니 내 소 입 더러워지겠소.’ 하면서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더라.
요즈음 아무리 정치인들이라지만 한국과 미국에서는 귀 씻는 물을 먹은 소가 구토를 할 지경의 ‘말 같지도 않는 말’들이 그칠 줄을 모른다. 허유같은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무색하고, 부질없는 짓인지 자괴감마저 든다.
그랬다. 하는 일마다 비방이요, 조롱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노무현, 제때 비가 내리지 않아도 노무현 탓, 그런 노무현 전대통령이 유명을 달리 한 지 10년이 되었다. 10주기인 셈이다. 그런데도 추모의 열기는 여전하다.
이를 비아냥대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부모들 한테 그 1/10이라도 한번 해 보라고...!’ 그 추모의 현장에는 반드시 젊은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연령과 세대, 남녀, 지역, 종교를 초월하고 있다. 인간 노무현의 철학과 가치, 정신이 얼마나 강하게 배어있는 지를 반영하는 증거라고 본다.
각종 제도나 통계에 나타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한국사회의 얼마나 많은 구석구석에 노무현의 정책과 노력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나놓고 보니 더욱 그렇다. 물론 그의 사후에 들어선 이명박, 박근혜 전대통령과의 차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이를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쏟아냈던 조롱과 멸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은 오늘 다시 들어봐도 용서하기 힘든 부분마저 있다. ‘등신외교의 표상’(방일직후, 2003, 한나라당 이상배), ‘생긴 게 개구리 같다’(박주천, 한나라당), ‘뇌에 문제가 있다.’(공성진 한나라당),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김무성), ‘그 놈의 노무현 때문에 참 쪽팔린다’(심재철),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노가리’, ‘죽일 놈’, 이런 조롱은 퇴임 이후까지 이어진다. 봉하 사저를 ‘아방궁, 노방궁, 노무현 타운, 노무현 캐슬’이라고 공격했다. 현실 정치인들 입에서 쏟아낸 말들이었다.
그리고도 부족해서 사후에 까지도 조롱과 멸시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 현존하는 온갖 욕설과 비방만 모두 한꺼번에 모아 둔듯하고, 회원끼리도 날이면 날마다 싸움과 욕설만 난무하는 ‘인터넷 쓰레기통’ ‘일베’사이트에는 지금도 그런 게 지속되고 있다. 방송국, 대학교단에서 까지도 조롱하고, 멸시하는 글과 말들이 튀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 생전의 그는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퇴임후까지도 지속되었던 조롱과 멸시, 인격모독, 망신주기, 비아냥을 견디어 내기에는 바보(?)에게도 인내와 연민에 한계가 있었던 듯하다.
대개 상대방에 대한 불편함이나 미움, 악감정, 시기와 질투의 출발은 ‘열등감’이 그 발로이다. 그 뿌리는 질기고도 깊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그게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똑같은 것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은 노무현과 여러 면에서 다르게 대처한다. 그런 문 대통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보고 있다는 생각을 10주기에 문득 하게 된다. 실패나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우리 민족에게 희망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새로운 노무현’이 들풀처럼 흩뿌려져 등등히 살아 있으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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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