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담보 대출 발급 규모 급증

2019-05-23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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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순자산 담보 신용 대출’(HELOC, 이하 주택 담보 대출) 발급 규모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주택 시장 침체 당시 주택 담보 대출에 의한 피해 규모가 컸기 때문에 최근 급성장세인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가 경고했다.

◇ ?갑 오르자 관심 높아져

주택 담보 대출은 ‘사업 운영 자금 목적의 신용 대출’(Business Line of Credit)과 유사한 형태의 대출이다. 대출 기관은 주택을 담보로 주택 소유자에게 일정 금액의 자금을 신용 대출 형태로 발급하는 것이 주택 담보 대출이다. 주택 담보 대출을 발급받은 대출자는 정해진 ‘인출 기간’(Draw Period) 기간 동안 필요한 자금을 ‘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주택 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던 2000년대 초반 주택 담보 대출에 적용된 인출 기간은 10년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인출 기간 동안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는 점이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담보 대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최근 대출 기관들은 주택 담보 대출을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신청만 하면 대출을 쉽게 발급하는 추세다. 주택 담보 대출과 관련,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인출 기간이 지나면 ‘재상환 기간’(Repayment Period)으로 자동 전환되고 이때부터 이자는 물론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한다. 재상환 기간은 대개 약 15년으로 이 기간 매달 납부하는 페이먼트 금액이 큰 폭으로 오르고 15년 내에 주택 담보 대출을 전액 상환해야 한다. 2005~2006년 당시 주택 가격 급등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들은 재상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 1차 융자 체납하면 2차 융자 십중팔구 체납

주택 담보 대출이 가주 주택 시장 침체를 더욱 악화 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지난 2013년 발표된 바 있다. 가주는 주택 담보 대출 진원지로 불릴 정도로 당시 주택 담보 대출이 무분별하게 발급됐다. 가주에서 발생한 모기지 체납의 대부분은 주택 담보 대출을 발급받는 주택들이 주택 가격 하락과 함께 하루아침에 깡통 주택으로 전락한 것이 원인이었다. 2012년 연방 준비은행이 신용평가 기관 에퀴팩스와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데이터 퀵스의 자료를 검토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주택 담보 대출이 주택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위협이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차 융자로 분류되는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체납은 거의 대부분 1차 융자인 기존 모기지 대출 체납 발생 뒤 1달 반만에 발생했다. 모기지 보험 가입 규정에서 제외되기 위한 목적으로 발급되는 융자를 ‘피기 백’(Piggy-Back) 융자라고 한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1차 모기지 대출과 함께 ‘캐시 아웃’(Cash Out) 형태의 2차 융자로 발급받는 피기 백 융자의 경우 1차 모기지 대출 체납 발생과 거의 동시에 체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 2013~2018년, 신규 발급 약 1조 달러

2012년 이후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깡통 주택’ 비율이 다시 낮아져 주택 담보 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최근 주택 담보 대출 발급 규모가 다시 눈덩이처럼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퀴팩스 소비자 크레딧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담보 대출(Home Equity Installment Loan 포함) 발급 건수가 2013년부터 매년 꾸준한 증가세다. 2013년 약 178만 건이었던 발급 건수는 2017년 약 221만 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약 181만 건의 주택 담보 대출이 발급됐다.

주택 담보 대출 발급 금액 역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3년 약 1,290억 달러로 집계된 대출 규모는 2017년 약 1,940억 달러로 치솟았고 2018년 3분기 현재 약 1,430억 달러로 집계됐다. 2013년부터 2018년 3분기까지 신규 발급된 주택 담보 대출은 약 1,200만 건으로 무려 약 1조 달러 규모에 육박했다.

◇ 크레딧 좋으면 LTV 100%까지 대출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총 주택 담보 대출 비율은 80%를 넘지 않았다. 1차 모기지 대출과 2차 주택 담보 대출을 합친 금액이 주택 시세의 80%를 넘지 못하도록 강화된 주택 담보 대출 규정이 적용됐다. 주택 가격 급락을 대비하기 위해 대출 은행이 주택 시세의 최소 20%에 해당하는 완충 장치 마련을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주택 소유자의 크레딧 기록이 좋을 경우 총 주택 담보 대출 비율을 90%까지 올려 대출 규모를 늘려주는 대출 은행이 최근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 시장 회복과 함께 주택 담보 대출의 장벽도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대출 기관 중 믿기 힘들 정도로 공격적인 주택 담보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기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마켓워치의 조사에서 크레딧 점수가 높고 부정적인 기록이 없을 경우 총 주택 담보 대출 비율을 100%까지 제시하는 대출 기관이 10곳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집값 하락 시 2차 융자 체납 위험 여전

대규모 차압을 통해 주택 담보 대출을 포함, 부실 모기지 대출이 대거 정리됐기 때문에 최근 급증세인 주택 담보 대출을 큰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과거 발급된 주택 담보 대출 중 아직까지 상환되지 않았거나 차압을 통해 소멸되지 않는 대출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퀴팩스의 조사에서 신규 주택 담보 대출 발급 건수(2013년~2018년 3분기)는 약 1,200만 건으로 조사 시작 시기에 비해 약 320만 건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년간 차압이 시행된 2차 융자는 거의 없었던 반면 1차 융자 대상 캐시 아웃 재융자를 실시하면서 2차 융자를 1차 융자와 통합하는 방법으로 정리한 주택 소유자가 수백만 명에 달한다. 재융자를 통해 2차 융자가 상환되는 방식으로 정리됐지만 재융자 뒤 1차 융자 금액은 훨씬 불어나는 결과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 같은 재융자가 가능했다.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맥의 캐시 아웃 재융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2018년 사이 약 1,300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 담보 대출이 재융자를 통해 1차 융자에 통합됐다. 1차 융자와 통합된 대출 규모는 전체 주택 담보 대출 규모인 약 9,800억 달러 중 낮은 비율이지만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 가격 급락 시 주택 시장 위협 요인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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