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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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2019-05-22 (수) 신동인/ 시인·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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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밤이 맞도록 그림을 그린다
소질이 없다고 내숭을 떨지만
덧대고 비벼대며 색을 내어 입힐 땐
고호도 라파엘도 숨죽이고 바라본다
손녀를 꼭 닮았다
지고는 못견디고 하고 싶은 것은
무슨 수를 쓰던 하고 마는
그 성격으로 이민의 가정을 일으켜 세운
삼십년을 한 병동 지키다
은퇴한 아내다
아픈이 우는이 돌보며 남 위해 살다가
때늦게 제 삶을 살아 보는
철없는 애숭이 시인
천방지축 제멋에 사는 남편
무정도 정이라고
끓이고 산다
새끼 걱정 살림 걱정
건강 걱정 무겁고 버겁던
각양의 색 비벼대고 섞어대니
생각치도 않던 색들 살아난다
색의 조화와 묘미를 알며
모양을 내고 꾸미는 멋을 즐긴다
삼각대에 걸린 화폭에 자화상 그린다
참고 견디며 기다려온
삶이 그려지고 생이 색을 낸다
한숨과 눈물이 바탕색이 되고
웃음과 기쁨이 덧입혀 지고
자랑과 보람이 빛을 낸다

<신동인/ 시인·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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