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도 이젠 예전과 달리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한 조사결과 미국인들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총 12조9,600달러로 한해동안 6,050억달러가 증가, 가구별 부채는 평균 13만7,063달러가 되면서 가구당 중간 소득수준 5만9,030달러의 두 배를 넘어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다. 비싼 렌트에다 물가 등의 생활비 상승, 의료비용 등으로 모두 허덕허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들도 개인당 평균 3만5,050달러씩의 학자금 부채에다 일자리 부족으로 7포세대, 즉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와 취업, 희망. 꿈까지 포기해야 할 만큼 암담한 상황이다.
이런 중에 최근 한 억만장자 투자가가 대학교 졸업생 전원의 학자금 부채를 갚을 수 있을 만한 규모의 ‘통큰 기부’를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사모펀드 이자벤처 캐피탈 기업 ‘비스타 이퀴티 파트너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포버트 E 스미스 씨. 그가 이번 모어하우스 칼리지 금년도 졸업식에서 400여명을 위한 연설에서 졸업자 전원이 학비 대출금을 탕감할 수 있도록 기부 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하여 참석자 전원을 놀라게 했다.
모어하우스 칼리지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미국영화의 거장 스파이크 감독 등 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한 남부의 대표적인 흑인 남자대학교이다. 그의 기부금은 이 학생전원의 대출금 규모가 거의 4,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아마도 이를 더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또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도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를 깜짝 방문, 이 학교가 실시하는 뜻있는 프로그램 운영비로 50만 달러를 선뜻 기부했다. 그가 기탁한 돈은 뉴왁 소재 웨스트사이드 고교 교장이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라이츠 온(Lights On)’ 프로그램 지원용이다.
얘기만 들어도 흐뭇하게 하는 뉴스들이다. 이로 통해 혜택 받는 학생들의 생각이 어떠할 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들도 훗날 사회에 나가 성공해서 돈을 벌면 그와 같이 남을 위해 통큰 기부를 해야지 하는 각오를 갖고 분명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뜻있는 기업인들의 통큰 기부는 서민들의 위축된 마음에 힘과 용기를 심어주면서 사회를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다.
미국인 부자들의 통큰 기부문화는 우리가 상상 못할 만큼의 큰 규모로 정착돼 있다. 알다시피 미국은 물론, 세계의 질병과 빈곤을 없애기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멀린다 부부의 자선재단 ‘빌&멀린다 게이츠’는 운영되는 기부금이 총 280억 달러(2012년 기준) 이다.
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지난 2006년도에 자신의 자산 85%를 복지 및 연구재단에 희사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자인 저커버그 부부는 실리콘 벨리재단에 9억9,920억 달러를 쾌척, 미국에서 최연소 기부왕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성공한 기업가로서 행해야 할 ‘노블리주 오블리제’ 정신을 실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소유한 것에 대한 감사이고, 이를 남에게 나눠주고 세상을 밝고 희망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이다.
이들과 같이 한인사회도 기부문화에 대한 바람이 세차게 불었으면 한다. 그나마 여러 성공한 사업가들이 학생들의 학자금을 도우려고 장학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사회처럼 통큰 기부문화는 정착돼 있지 않다. 한인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수천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얼마 전에는 LA에서 평소 기부를 많이 해온 홍명기 M&L 홍 재단 이사장이 200만 달러의 거금을 한인사회 숙원사업인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해 통큰기부를 해 큰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뉴욕사회에도 위축돼 가는 한인커뮤니티를 보다 밝고 희망적으로 만들어줄 그런 통큰 기부자들은 기대하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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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