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는 시간, 가는 시간

2019-05-17 (금) 김갑헌/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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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네티컷 칼럼

나는 나면서부터 크리스천으로 자랐다. 일찍 기독교로 개종한 부모님 덕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잠시 기독교 신앙을 떠난 적이 있으나, 외국 유학과 결혼을 하면서 다시 부모님이 전해주신 신앙을 회복하고 지금까지 그 신앙을 지켜오고 있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한 탓에 신앙에 대한 회의와 의심은 당연한 것 이었고, 신앙이 얼마나 비논리적인가 하는 성급한 결론이 기독교 신앙을 논리라는 신앙으로 대체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과학과 무신론이 나의 신앙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차 물리학과 생물학의 진화론을 깊이 들여다 보면서, 그것들 역시 논리라는 다른 형태의 신앙과 가정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렇다면 모든 존재에 관한 문제를 구지 논리의 구조 속으로 끌어드려 이해해야야만 한다는 생각의 틀을 벗어 버렸다.

노자를 즐겨 읽으시는가? 거기에 논리적 구조의 틀을 덮어씌우지 않아야 노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상식과 영국 유학중에 읽었던 루이스 (C.S. Lewis)의 여러 저작들이 기독교 신앙을 회복 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공부하지 않고 집요하게 추구하지 않는 신앙이 뿌리없는 신앙인 것과 같이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신론은 공허한 것일 수밖에 없다.


“청바지…” 친한 분이 보내준 퀴즈 비슷한 것을 풀려고 애를 쓰다 포기하고, 그 뜻을 물었더니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한국인들의 유머 감각도 이쯤되면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증상의 하나는 옛날이 좋았다는 퇴영적인 생각이 점차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디에 앉으면 옛날에는…하고 말을 시작하는 버릇이 생기는 것 같이 극히 조심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그 친구에게 전했더니, “당신의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 입니다”라는 답이 바로 날아왔다. 오는 시간 가는 시간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는 “격언”이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에게 깊게 감사했다. 그런데… 옛날 얘기를 좀 해볼까?

어린 시절 부모님 손나는 나면서부터 크리스천으로 자랐다. 일찍 기독교로 개종한 부모님 덕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잠시 기독교 신앙을 떠난 적이 있으나, 외국 유학과 결혼을 하면서 다시 부모님이 전해주신 신앙을 회복하고 지금까지 그 신앙을 지켜오고 있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한 탓에 신앙에 대한 회의와 의심은 당연한 것 이었고, 신앙이 얼마나 비논리적인가 하는 성급한 결론이 기독교 신앙을 논리라는 신앙으로 대체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과학과 무신론이 나의 신앙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차 물리학과 생물학의 진화론을 깊이 들여다 보면서, 그것들 역시 논리라는 다른 형태의 신앙과 가정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렇다면 모든 존재에 관한 문제를 구지 논리의 구조 속으로 끌어드려 이해해야야만 한다는 생각의 틀을 벗어 버렸다.

노자를 즐겨 읽으시는가? 거기에 논리적 구조의 틀을 덮어씌우지 않아야 노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상식과 영국 유학중에 읽었던 루이스 (C.S. Lewis)의 여러 저작들이 기독교 신앙을 회복 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공부하지 않고 집요하게 추구하지 않는 신앙이 뿌리없는 신앙인 것과 같이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신론은 공허한 것일 수밖에 없다.
“청바지…” 친한 분이 보내준 퀴즈 비슷한 것을 풀려고 애를 쓰다 포기하고, 그 뜻을 물었더니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한국인들의 유머 감각도 이쯤되면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증상의 하나는 옛날이 좋았다는 퇴영적인 생각이 점차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디에 앉으면 옛날에는…하고 말을 시작하는 버릇이 생기는 것 같이 극히 조심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그 친구에게 전했더니, “당신의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 입니다”라는 답이 바로 날아왔다. 오는 시간 가는 시간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는 “격언”이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에게 깊게 감사했다. 그런데… 옛날 얘기를 좀 해볼까?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끌려서 부흥회라는 교회의 특별 집회를 간 적이 있었다. 유명한 선비출신의 강사 목사님은 보기부터 위엄이 있었다. 직접 작사하신 “찬미가”를 힘차게 부르시며 성경 말씀을 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팔청춘 그 꽃다운 시절도 지나고, 혈기방강 그 장년도 캄캄해지누나. 험한 세월 고난 풍파 일장춘몽이 아니냐, 어서가자 주님 앞에, 할렐루야, 아멘.”
한문을 공부한 덕에 어린나이였지만 대강의 뜻을 알아듣고, 아, 산다는 게 이런 것인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청바지”로 무장을 하고 “당신의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 입니다”라는 말로 오늘을 살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러나 젊게 살자, 지금이 좋다는 말들로 과연 좋은 인생을 사는 것일까?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격을 갖추어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인가? 많은 업적을 남기 것?


궁극적으로 존재의 의미 자체를 놓고 힘든 씨름을 하지않고, 무엇이 좋은 인생이고 의미있는 삶인지 말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 이다. “영원과 시간의 대화”라는 책의 제목을 가끔 명상한다. 평생, 철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고, 이제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면서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는 증거는, 바로 힘들게 회복한 나의 신앙이 내 삶의 중심에 아직도 서 있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에 끌려서 부흥회라는 교회의 특별 집회를 간 적이 있었다. 유명한 선비출신의 강사 목사님은 보기부터 위엄이 있었다. 직접 작사하신 “찬미가”를 힘차게 부르시며 성경 말씀을 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팔청춘 그 꽃다운 시절도 지나고, 혈기방강 그 장년도 캄캄해지누나. 험한 세월 고난 풍파 일장춘몽이 아니냐, 어서가자 주님 앞에, 할렐루야, 아멘.”

한문을 공부한 덕에 어린나이였지만 대강의 뜻을 알아듣고, 아, 산다는 게 이런 것인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청바지”로 무장을 하고 “당신의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 입니다”라는 말로 오늘을 살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러나 젊게 살자, 지금이 좋다는 말들로 과연 좋은 인생을 사는 것일까?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격을 갖추어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인가? 많은 업적을 남기는 것?

궁극적으로 존재의 의미 자체를 놓고 힘든 씨름을 하지않고, 무엇이 좋은 인생이고 의미있는 삶인지 말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 이다. “영원과 시간의 대화”라는 책의 제목을 가끔 명상한다. 평생, 철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고, 이제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면서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는 증거는, 바로 힘들게 회복한 나의 신앙이 내 삶의 중심에 아직도 서 있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김갑헌/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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