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자의 심리

2019-05-16 (목)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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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운동의 보급으로 인하여 여자의 동등권과 직위 뿐만 아니라 여자가 가진 특유성 그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새로운 인식들이 생기게 되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남성 우월주의 (Phallocenrism) 라든지 모든 여자는 남자를 부러워한다 (Penis Envy) 라는 주장 때문에 자주 여성주의학자들의 비판의 촛점이 되어왔다. 그러나 같은 심리학자 융 (C.G. Jung) 은 남자와 여자는 동등하면서도 그 개성에 있어서는 각기 다르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서 같은 여자들의 매서운 비판을 모면했던 것 같다. 특히 융은 자기자신이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의 깊은 속을 다 알 수 없다는 점을 일찍이 깨닫고 자기의 부인과 동료 여자들에게 여자의 심리구조연구를 철저히 해볼 것을 종용해 왔었다. 여기에 융의 동료였던 여류심리학자 토니 볼푸 (Tony Wolff) 의 바로 그러한 연구 하나를 살펴 보려고 한다.

볼푸는 여자의 심리는 네 개의 국면 혹은 구조로 나눠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고하고, 그 네 국면을 ‘어머니’ ‘헤태라’, ‘아마존’ 그리고 ‘메디알’ 이라는 이름을 지어 각각 설명하였다.

첫 번째 ‘어머니’의 국면은 우리 인류에게 가장 잘 알려진 여자의 모습으로써 동서고금을 통하여 모든 사회가 뚜렷하게 그 가치를 인정하는 여자의 국면이다. 모성애는 구체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로서도 모든 인간의 의식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비단 자기의 자녀뿐만 아니라 모든 약한 자를 도와서 그들을 성장하고 독립하게 하는 적극적인 면이 이 심리 국면의 장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모성애가 오히려 정도를 지나쳐 아이와 약자에게 계속 의존심을 갖게하는 폐단도 있다고 지적되어있다.
두 번째 국면 ‘헤태라(Hetaera)’ 는 그리스어에서 온 기생이라는 말로 자기의 아름다운 용모와 요염함으로 재물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여자를 뜻한다고 되어있다. 어머니와는 달리 ‘헤태라’의 상대는 아이와 약자가 아니라 성장한 남자이다. 따라서 ‘헤태라’의 심리는 상대를 동정하고 도와주는 입장이 아니라 한 남자를 향하여 그 남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은은하고 향기로운 연애심과 같은 것이다. ‘


셋째의 ‘아마존 (Mazon)’ 은 남자에게서 완전히 독립되어있는 심리적 입장을 말한다. 남자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깊은 성적관계에 들어갈 수도 있으나 이러한 관계보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업적을 세상에 남기는것이 이 심리형의 삶의 목적이라고 되어있다. 성취한 업적으로 사회에 공헌 할 수 있는 점, 일에서 오는 만족감과 독립관 그리고 이성관계에 있어서도 남자에게 지나친 개인적 요구를 하지않는 점 등은 ‘아마존’의 장점이라고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와 똑같이 되려는 심한 경쟁심은 종종 남자를 적대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마지막의 ‘메디알 (Medial)’은 여자의 신비스러운 면을 드러내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메디알’은 중간역을 한다는 뜻으로서 영혼과 육체, 보이는 세계와 미지의 세계, 의식과 무의식, 이세상과 저 세상 등과 같은 두 차원사이에서 이 두 다른 세계를 연결시켜준다는 뜻이 들어있다.

여자의 직감 (Feminine Intuition),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여자의 숙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감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두는 바로 이 ’메디알” 의 국면이다. 오늘날과같이 과학이 발달한 세상에서 이러한 심리현상은 별로 각광을 받지못하지만 균형잡힌 삶을 위해서는 다시 살려야 하는 심리국면이라고 밝혀져있다.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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