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날에 기억해 보는 두 어머니

2019-05-08 (수)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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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어머니날에는 본인에게 가장 가까웠던 두 어머니: 본인의 친모와 아내의 어머님, 장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모든 위대한 인물들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우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로 부터 성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 ', 감리교를 시작한 요한 웨슬리의 어머니 '스잔나' ‘ 아브라함 링컨‘의 어머니 ’리사 린컨.‘

먼저 본인의 장모님: 박충애 장모님 이야기를 하겠다. 그는 일생 교회를 섬기며 무남독녀, 딸 하나를 위해 바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 와서 목회할 때 우리와 함께 살면서 목회 생활에 바쁜 우리를 도와 세 손자 손녀들을 돌봐 주었다. 1980년 4월, 어머님이 84세가 되던 해, 본인이 뉴저지연회에서 총회대표로 뽑혔다. 4월 22일은 10일간이나 계속 되는 세계적인 총회가 8일째 되던 날이다. 회의 중에 우리가 사는 크레스킬 경찰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당신의 장모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너무나 놀라운 소식이었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사고 현장을 경찰이 찍은 사진을 받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후 그 사진은 여러 서류 속에 39년 동안 깊이 묻어놓았다.

지난 4월 22일, 어머님이 돌아가신 날, 놀라운 텔레파시 경험을 했다. 나는 우연히 다시 그 사진을 찾아 본 것이다. 그때 로스앤젤레스에서 전화가 왔다. 신 목사라는 분이었다.
“저는 서울 궁정교회의 돌아가신 김진호 목사님의 자서전을 쓰면서 그분이 한문으로 써놓으신 일기를 번역하는 중입니다. 오늘 박충애 장로님의 이름이 나와 감독님께 연락드립니다”

“그 일기에 ‘오늘 박충애 장로가 나를 찾아 왔다. 그는 홀로 살면서 무남독녀 딸, 박화세양 (본인의 아내)을 잘 교육 시켜 감리교 신학교에 보냈고 졸업한 후 지금은 감리교 본부, 교육국에서 일하고 있다.’ 는 부분을 번역 하다가 이 전화를 드립니다.”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음을 경험했다.

다음은 본인의 친어머님, 강우진 전도사: 어머님은 그 옛날 경성사범 (현 서울대 교육과) 출신의 인테리셨다. 6.25 전쟁 전 까지는 이승만 대통령 밑에서 경제계획관으로 있던 남편과 2남2녀, 사남매를 두고 서울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은 그의 생을 송두리채 바꿨다. 서울이 수복되던 9월 27일,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잇따른 1.4 후퇴에는 추운 겨울 4남매를 데리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장남인 본인은 겨우 15살인, 철이 들까 말까 하던 나이였다.

말할 수 없는 고생이 따랐으나 피난 생활 중 어머님은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신앙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 하면서 “주님 내게는 주님께 드릴 것이 사남매 밖애 없습니다. 내게 주신 사남매 주께 바칩니다. 뜻대로 쓰시옵소서” 라고 기도하시기 시작 하셨다. 그 기도가 이루어져 우리 형제는 모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가족이 되었다.
“기도하는 어머니의 아들은 망하지 않는다” 는 말을 한 성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는 우리 어머님의 롤 모델이었다. 어머니날에 모든 어머니들을 감사하며 나에게 훌륭한 두 어머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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