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형태에 맞는 이중언어 교육

2019-05-07 (화)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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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칼리지에서는 여름마다 한국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과 부모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들 중에는 양 부모가, 예를 들어 영어라든지 한국어라든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부모가 한국인이라던가 또는 다른 나라 사람이어서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각 가정에서는 어떻게 외국어 혹은 이중언어 교육을 해야할까?
첫째, 양부모가 모두 한국어를 쓰는 경우에 가장 일반적으로 취하는 방법은 때와 장소에 따른 구분이다. 집에서는 소수언어인 한국어를 쓰고 학교에서는 영어를 쓰는 방법이다.

둘째, 한부모는 영어를, 다른 부모는 한국어를 쓰는 경우에는 소수언어인 한국어를 강조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또한 때와 장소를 구분하는 방법과 일맥상통하는데,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자리에서는 한국어만 하게 한다든가 하는 규칙을 정하는 식이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어 단어를 배울수 있도록 가능한 풍부한 체험을 통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집을 만드는 과정과 비교한다면, 단어는 벽돌이고, 집모양을 설계하게끔 하는 것은 경험이라고 할수 있다.


셋째, 양부모가 모두 소수언어극 쓸때, 예를 들면 아버지는 한국어를, 어머니는 프랑스어를 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은 어머니의 언어를(혹은 자녀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자) 중심으로 사용하면 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며, 무리한 이중 삼중 언어교육으로 인해 언어 발달이 너무 늦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점차 자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녀의 재능과 관심을 살펴 이중언어를 해야할 지, 다중언어교육을 해야할 지를 결정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부모가 다 한국어가 아닌 언어를 (예:영어) 쓰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녀가 한국어에 관심이 있게된 계기가 있을 것이므로, 그 관심을 계속 이어가거나 관심사를 넓히도록 언어 문화적 측면에서 격려해 주어야한다. 이제 한국인의 미국 이민의 역사가 길게는 백년, 짧게는 오십년이 넘으므로, 한국계 미국인인 부모가 주로 영어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대부분의 한인 이민 2세 가정이 이런 경우이다. 그러나 이들 부모들도 어느정도는 한국어에 대한이해와 문화 지식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자원으로 잘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위의 네 가지 가정형태는 매우 간소화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세대, 문화, 가족수등 가족의 구성이 훨씬 다양하다. 즉, 조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나 재혼 가정등 여러가지 자녀의 언어습득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더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중언어교육에는 한가지 정답은 없다.

그러므로 부모가 얼마만큼의 관심, 시간, 그리고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아야하고,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한 현실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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