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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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걸음

2019-05-01 (수) 이애숙/뉴욕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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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봄맞이 비라
사늘 흐늘 모질다
내려앉는 머리카락
무거워지는 몸
내 몸이 비틀바틀
비를 마신다
비를 마신다

긴 머리 휘휘
날리며
젖은 신발의
소리
소낙비 속의
음표를 저으며
세상의 길 위에서
물 위에서
바람 같은 시간의
속삭임과
천둥 번개에도
깔깔대며
보이지 않는
내일
안개 같은 인연
흘려보내고
이국 땅, 거울


물 먹은 머리에
무스 바르고
이 옷 저 옷
걸쳐보아도


흰 머리카락이
더 반짝이는
그대로 그대로
그 모습, 할머니

풀꽃 하나 가슴에
심은 가나다라마바사…

<이애숙/뉴욕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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